"틈…유익할 때도 있죠"

대표작 79편 엮은 다섯번째 마지막 시집으로
코로나19로 벌어진 인간사이 비유·성찰 담아
“꽉막히고 답답한 마음, 등불 같은 글 됐으면”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김훈동 시인(사진)이 지난달 31일, 시집 '나는 숲이 된다' 이후 3년 만에 시집, '틈이 날 살렸다'를 출간했다.

'틈이 날 살렸다'는 신작과 기존 작을 책으로 엮은 김훈동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대표작, 79편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 실린 신작 '틈이 날 살렸다'는 코로나19로 만남이 끊어져 버린 언택트 시대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벌어 진 간격을 '틈'에 비유하고 틈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김 시인은 “틈은 삶의 울타리이자 두려움과 번민이 교차하는 곳이다”며 “코로나19로 생활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벌어진 틈은 코로나 극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빈틈없는 콘크리트 외벽보다 돌담을 쌓아 올린 벽에는 숨 쉴 틈이 있는 것처럼 틈은 매우 유익하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틈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 것을 계기로 펴낸 시집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은 코로나19로 바깥 외출이 잦지 않게 되자 온전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김 시인이 1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완성해 낸 시집이다. 그는 다섯 번째로 출간하게 된 이번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 될 것을 시사했다.

김 시인은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다”며 “스무 번쯤 읽고 퇴고하기를 되풀이하면서 시를 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좀처럼 쉽게 쓸 수 없었던 탓에 항상 고민이 들었다. 또 시는 문학 중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장르이다. 보다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필이나 칼럼 장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 하며 이번 시집을 끝으로 시를 쓰는 일을 멈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인간의 가슴을 이어주는 통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향기롭게 가슴에 파고들었으면 좋겠고 꽉 막히고 답답한 마음이 등불처럼 환하게 밝혀지길 소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임병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은 “김훈동 시인의 연륜으로 다져진 긍정적이고 간결한 시는 밝은 메시지를 준다”며 “유유자적한 성품을 보이는 그는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인이다. 특히 그의 시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절창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이광복 한국 문인협회 이사장은 “김훈동 시인의 작품은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내면서 누구에게나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시의 주요 소재를 보편적인 정서에서 찾고 있는데 유별난 그의 고향 수원과 어머니 사랑이 그걸 말하고 있다. 이는 시에 필요한 중요한 기능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1944년 수원에서 출생한 김훈동 시인은 서울대 농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 후 농협대학교 교수, 경복대학교 겸임교수, 농문신문 편집국장, 경기농협본부장을 거쳐 대한적십자경기도지사 회장을 역임했다. 또 수원문인협회장과 수원예총회장, 한국예총감사를 비롯해 수원시미술전시관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운영위원장, 수원화성문화제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문화예술계의 주요 직책을 도맡으며 수원 예술에 잔뼈가 굵은 이로 알려졌다.

김 시인은 서울대 농대 재학 중이던 1965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우심(雨心)', '억새꽃', 수필집 '그냥, 지금이 참 좋다', 칼럼집 '뭘 배우고 가나', '무엇을 더 구하랴'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 한국수필문학상, 한국농민문학상, 수원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