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은 학교폭력 근절 및 예방 방안 논의하고자 16일 비상대책회의 소집

 

▲ 겨울철 인기 실내 스포츠 입지를 굳혀가던 한국 프로배구 V리그가 '학교 폭력(학폭)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진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둘은 현재 팀 숙소를 떠난 상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연합뉴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 이를 사과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국가대표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된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는 “두 선수의 잘못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대표 선발을 주관하는 협회는 이 두 선수를 그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어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커 전력 손실이 매우 클 것으로 보지만 학교폭력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 일벌백계한다는 차원에서 중징계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협회는 두 선수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진 후 국가대표팀의 주축에다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선수의 징계 수위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15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전주 중산초등학교, 경해여중, 선명여고에서 내내 함께 뛴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2019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도쿄올림픽 예선, 아시아 최종 예선 등에서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하며 배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국내 무대에서도 여자배구 인기를 책임지는 스타 선수였다.

아울러 이들의 소속 팀인 인천 흥국생명도 같은 날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은 15일 “이재영과 이다영이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피해자가 어렵게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밝혀주셨다.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실망을 끼쳐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배구단 운영에서 비인권적 사례가 없는지 살피고, 선수단 모두가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과거 학교 폭력 전력을 폭로했다.

이 게시물에는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가한 학교 폭력 내용이 총 21가지 피해 사례로 상세히 소개됐고,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학교 재학 시절 잘못한 일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며 자숙했다.

한편, 한국배구연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배구계의 학교폭력과 관련, 이의 근절 및 예방 방안을 논의하고자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다.

이번 회의는 연맹 사무총장 주관으로 연맹 자문 변호사 및 경기운영본부장,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연맹은 학교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인 만큼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규정 개정 등 대책을 마련해 결정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