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정책 가장 큰 성과 경제 활성화”
▲ 최근 인천대 양준호 교수실에서 열린 '지역화폐 정책의 평가와 향후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양준호 교수(가운데)와 신규철 위원장(오른쪽), 변동훈 부사장이 송도 캠퍼스를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남창섭기자 csnam@incheonilbo.com

전국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화폐 정책의 평가와 성과,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를 가졌다.

인천의 경우 민관산학(民官産學)이 협력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회에는 지역화폐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준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와 오랜 소상공인·소비자 운동을 펼쳐온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카드형 지역화폐 플랫폼을 처음 제안한 변동훈 (주)코나아이 부사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지역화폐 정책의 가장 큰 성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또 현재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캐시백 정책의 한계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공통으로 지적했다.

 

1. 전국적으로 지역 화폐가 인기다. 다양한 정책이 추진 중이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양준호 교수>

한국에서 시행되는 지역 화폐 정책은 현재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특히 인천에서 발행되는 ‘인천이음’의 경제정책 효과는 전 세계적인 사건이다.

실제 서구지역에서 발행되는 ‘서로이음’의 지역경제 활성화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지역 대표 업체인 SK에너지가 매출 하락으로 세수까지 줄어든 상황에서도 서로이음을 통한 소비 활성화로 부가가치세가 많이 늘어나며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산업연관 효과가 뚜렷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부천시도 부가가치세 분석 이외에 고용과 산업연관 효과 등을 보면 아주 성과가 좋은 곳이다. 전북 군산시도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전체적으로 인천이음을 기본모델로 분석을 해봤더니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서 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났다. 소상공인 매출증대는 실질 소득 증대와 소상공인의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졌다.

아울러 부가가치세도 증가하면서 지역 내 산업연관 효과가 뚜렷했다.

여기서 명확하게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지만, 개량적으로 고용증대 효과까지 있었다.

전 산업에 걸쳐서 고용증대 효과가 나온 것 아니지만, 음식업과 도소매업에서의 고용증대 효과는 분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확한 분석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전까지 분석 등을 고려해보면 지역화폐 정책이 코로나 위기를 일부 보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코로나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 또한 이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효과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다. 인천시나 서구보다 규모는 작지만, 경기도 시흥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 ‘시루’는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흥은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사용하는 카드형 지역화폐인 코나아이 플랫폼이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인천 등에 비해 떨어지지만,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새로운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시루’의 독특한 발행형태에 있다. 바로 시민발행위원회가 그것이다.

인천의 경우 발행권이 지자체가 갖고 있다면, 시흥은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가지고 있는 형식이다.

정책 자체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발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역공동체 기반에서 추진하다 보니 화폐 도입 이후 현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시민 화폐라는 인식과 내 의견이 반영되는 의사결정기구가 있어 참여의식과 주인의식이 생겨났다. 상당히 선진적인 형태다.

 

<신규철 위원장>

지역화폐 정책의 2가지 정도 성과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시각을 바꿔놨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에서 시행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중 이만큼 성공한 정책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그동안 지역화폐 운동을 하면서 중앙부처 예산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 왜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앙정부 예산을 지출하느냐는 중앙정부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했다. 헌법 정신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리가 됐다. 지역화폐 정책의 성공을 통해서 말이다.

두 번째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상인 입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될 때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 평소 안 보이던 손님, 젊은층이 가게에 나타나는 등 새로운 손님이 유입되는 것이다.

시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보다 자기 동네에서 재난지원금을 소비하면서 새로운 동네 가게를 발굴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석구석 골목상권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변동훈 부사장>

인천이음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역화폐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과 경기도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경기도는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 등 정책 발행으로 지역화폐 정책이 출발했다. 일반발행으로 시작한 인천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정량적으로는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교해보면 카드발급은 경기 600만명으로 인천(160만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도 경기도가 400만명으로 인천(138만명)보다 월등하다.

다만 반복사용자는 인천이 85만명으로 경기도 80만명보다 많다. 이로 인해 지난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양 시도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특히 인천이음이 타 지자체 지역화폐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안착했다는 점이다. 인천이음은 이제 하나의 대표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지난해 코로나19 시기에 그 효과를 입증했다.

재난지원금을 인천이음으로 지급할 때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그만큼 효과도 컸다. 바로바로 골목에서 사용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매출로 이어졌다.

특히 서구가 시작한 배달공공앱 ‘배달서구’의 경우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큰 효과를 냈다. 배달서구를 통해 지역화폐 사용 동기를 제공하면서 공룡기업인 배달의 민족 및 요기요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천시는 인천이음 플랫폼을 통해서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다. 올해도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이음 플랫폼이 더욱 공고해지려면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모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면 인천이음 고객 130만명을 통해 테스트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여전히 미진한 부분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교통카드 연계 서비스다. 시민 민원이 가장 많다. 여전히 인천이음으로 교통비 결제가 안된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정책의지의 문제다.

 

2. 인천이음 등 지역화폐의 나아갈 방향은

<신규철 위원장>

지역 생산까지 이어져야 지역순환형 경제가 완성된다. 현재는 전 산업 분야보다는 유통분야만 상호 연관성이 뚜렷하다.

이제는 제조분야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천에서 생산된 물품을 판매하는 인천이음 온라인쇼핑몰 ‘인천굿즈관’이 활성화돼야 한다. 쇼핑몰 안에서의 수익 발생 문제가 아니다.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지역 물품이 팔려야 지역 제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인천이음을 통한 지역 중소기업 판로 개척 등이 이뤄진다면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올 것이다.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는 지역 제조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 진출 원하지만, 수수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인천이음 플랫폼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 지역소비자가 지역생산업체, 지역 브랜드를 사줘야 지역 업체가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 선순환 경제다. 인천시의 정책적 접근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양준호 교수>

몇 가지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 번째로 인천이음 코나아이 플랫폼 모델의 확장이다. 지자체와 시민사회, 지역 금융기구, 노동단체와도 연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역노동조합이 참여해서 전자지역 화폐로 임금을 받는 곳이 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기업과 경제·노동단체들의 상호 협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인천이음 모델은 이제 P2P(개인과 개인), B2C(기업과 소비자) 등의 모델에서 B2B(기업과 기업)로 확대해야 한다. 한 예로 남동공단 볼펜공장에 조달되는 각종 원자재도 인천이음으로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중요한 과제다. 이를 통한 지역순환구조의 완성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제일 강조하는 부분인데 지역화폐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번 결제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제된 금액이 다른 곳에서 다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화폐의 본래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순환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진짜 지역화폐가 돼야 한다. 재순환돼야 한다. 종이 상품권의 장점인 순환, 재사용 장점을 전자지역화폐에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

마지막으로 지역화폐 프로젝트 관련해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민관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된 기구가 있어야 한다.

 

<변동훈 부사장>

경제논리에 의해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미국도 매출액 상위기업이 대부분 플랫폼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플랫폼 독점으로 인해 골목상권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인천이음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으로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내 소규모 커뮤니티 및 지역 기반 플랫폼이 활성화돼야 한다. 캐시백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 화폐의 재사용·재순환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아직 관련 법 등이 갖춰지지 않았다. 전자금융업법에 적용을 받고 있는데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기업 플랫폼은 전자금융업이 가능해지는데 여기서 지역화폐는 제외돼 있다. 정책적·법률적 개선이 필요하다.


 


 

[인천이음을 만든 사람들]

 

양준호 이론적 근거를 제공·신규철 확장성 도움

변동훈 카드형 전환·안광호 정책 뚝심있게

인천이음의 탄생과 성공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위원장, 변동훈 (주)코나아이 부사장, 안광호 인천시 항공과장(전 인천이음운영팀장) 등 4인방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이음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이는 바로 양준호 교수다. 그는 인천지역 경제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인천 중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지역 화폐라고 확신하며 인천이음의 성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이음의 경제효과를 제일 먼저 분석해 정책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기도 했다.

신규철 위원장은 90년대부터 시민운동과 함께 중소상공인권리보장 운동 등을 펼쳐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수구와 서구에서 지역 화폐 운동을 펼쳤지만 실패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후 인천이음을 만나면서 실패의 교훈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인천이음의 확장성과 중소상공인의 실질적 지원 효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변동훈 부사장은 종이 상품권에 불과한 지역사랑상품권을 카드형으로 전환해 공공영역에서 이를 정책으로 활용할 것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전국 지자체를 찾아다니던 중 인천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지금의 인천이음카드 성공의 일등공신이 됐다.

안광호 과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화폐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인천시 예산반영이 무산됐음에도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했고, 인천시장이 교체되고 인천이음이 없어질 위기에서도 끝장 토론을 통해 지켜냈다. 특히 인천이음의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인 후불형 캐시백 제도를 고안했다.

이 밖에도 정부의 지역 화폐 정책을 끌어낸 인천출신 인태현 청와대 비서관과 정부의 관련법 제정과 예산확보에 앞장선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천이음의 확장성에 주목해 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변주영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이수진 검단맘카페회장 등도 성공의 주인공으로 꼽히고 있다.

신규철 위원장은 “결국 인천이음은 정책수단이다. 인천이음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시민 스스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이음 정책을 실현한 박남춘 인천시장의 의지가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며 공을 돌렸다.

/남창섭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