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캐시 캠퍼 지음, 홍연미 옮김, 길벗어린이, 40쪽, 1만3000원

“밖으로 나오니 새하얀 눈 위에서 해님이 전구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리나는 코 위까지 목도리를 끌어올려 덮었어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리나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앞이 보이지 않는 느낌은 어떤 것일지 생각했어요. 모든 것이 희미해지자, 귀에 들리는 소리는 훨씬 더 또렷했어요.”(12~13쪽)

눈보라가 친 다음 날 아침, 리나는 쌓인 눈을 보고 할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잘 지내시는지 보고, 온 세상이 하얗고 예쁜 눈으로 덮인 걸 이야기해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리나는 이제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머니에게 오는 길에 들었던 눈이 만드는 아홉 가지 소리를 전해준다. 그렇다면 열 번째 소리는 무엇일까.

이 그림책은 드림웍스와 월트 디즈니가 사랑한 작가 케나드 박의 고요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다. 책을 펼치면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겨울의 풍경이 가득하다. 시각 개발 아티스트로 일했던 그림 작가 케나드 박은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풍경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종이와 물감이 만나 생기는 질감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겨울이라는 계절의 이미지에 담았다. 지붕 위, 자동차, 나뭇가지와 거리 위에 소복이 눈이 쌓인 풍경은 창문 너머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공기마저 그대로 느껴지게 한다. 여러 장면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눈이 내린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고, 인물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며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도 익숙한 소리를 상기시킨다. 많은 눈이 내려 온통 하얀색이 된 마을의 모습은 고요한 가운데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