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정치·사회·문화적 동기와
작동 메커니즘 담은 미술비평 고전
▲ 권력의 미학, 캐롤 던컨 지음, 이혜원 옮김, 경당, 324쪽, 2만4000원

“키르히너와 반 동겐의 누드 작품에서 작가는 그 관계를 역전시키고 반듯하게 누운 여인 위에 서 있다. 살덩이로 격하된 여인은 그 앞에 힘없이 누워있고 그녀의 육체는 그의 성욕이 지시하는 대로 왜곡된다. 우리는 강렬한 팜므파탈 대신 순종적인 동물을 바라본다. 화가는 자신의 성적 의도를 강조함으로써 상대 여성의 인간적인 면을 모두 소멸시켰다. 그렇게 그는 심지어 자신의 가능성도 제한한다. 정복당한 동물처럼 이 여성들은 그를 성적으로 요구하고 지배하는 존재 이상의 무언가로 인식할 임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존재감을 내세우는 것, 즉 예술가의 성적 지배를 강조하는 것이 이러한 그림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112~113쪽 인용)

<권력의 미학>은 미술작품이 제작되고 보여지고 이야기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작동하는 정치, 사회, 문화적 동기와 그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한 캐롤 던컨의 논문과 비평문을 모은 책이다.

던컨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진보적 운동과 페미니즘의 부활, 동성애 인권운동에 관한 연구했다. 또 1970년대 초반에 일어난 미술사와 비평의 만남이나 좌파와 페미니즘의 조합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미술작품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힘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 아니라 구성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는 18~19세기 프랑스 미술에 투용된 가부장제와 이를 통해 생산된 여성 이미지를 놓고 글을 썼다.

그의 논조는 20세기 초반의 유럽과 미국 전위미술에 나타난 여성의 성적 대상화, 이런 대상화가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종의 공적 의례가 된 상황까지 예리하게 이어진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미 미술사는 물론 미술비평의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