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해움, 276쪽, 1만3800원

<노인과 바다>는 쿠바해협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지만, 그 물고기를 상어에게 뜯어 먹힌다는 한 노인의 단순한 이야기다.

영미권에서 이 간결한 소설을 20세기 문학의 백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 책으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독자들 역시 그만큼의 감동을 받았을까? 우리나라 번역본이 <노인과 바다> 작가의 원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 의식에서 새롭게 번역된 책이 나왔다.

새움 출판사의 <노인과 바다> 개정판은 작가가 쓴 서술 구조 그대로의 직역에 충실했다.

역자는 책에서 그동안의 오역 문제를 짚으며 그 일례로 노인과의 우정을 보여준 소년의 나이를 들춘다.

기존 번역을 읽은 독자들은 '소년'의 나이를 열한두 살 쯤으로 추정하게끔 의역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작품 속 소년의 나이는 17~18세다.

이번 책은 <노인과 바다>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해설과 동시에 영어 원문 전체를 함께 수록했다. 번역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단지 역자의 개인 의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새로운 <노인과 바다>를 접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헤밍웨이를 얼마나 잘못 읽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에 관한 몇가지 오해(253~272쪽 요약)

1)'Boy'의 나이

수십년간 읽혀 온 번역서 속 소년 '마놀린'의 나이는 열두어살쯤. 번역된 소년의 말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번역자들이 오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대한 시슬러의 아버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 그 아버지는, 내 나이때 빅리그에서 경기를 했어요.” 부분을 보면 그의 나이가 17세 즈음임을 알 수 있다. 1911년 야구천재 조지 시슬러가 17세 때 센트럴리그 소속 구단 애크론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2)'물고기'의 정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청새치'라는 것에 의심을 품지 않지만, 책을 읽었다면 '상어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작품 말미에 식당 손님이 뼈만 남아 배에 묶여 있는 물고기 잔해에 대해 묻자, 웨이터가 '상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앞서 청새치의 특징인 '물고기의 창'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다.

3)헤밍웨이 문체는 단문으로 '하드보일드'하다

실제로 그는 문장에 형용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번역되면서 역자 임의대로 쪼개고 더하고, 쉼표와 마침표를 무시하고, 대명사를 임의로 해석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