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미픽味'는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찾아가는 인천의 맛집에 대한 이야기다. '픽미픽味'는 등장인물 스토리, 음식점 사연, 대표음식이 서로 주인공이 돼서 각각의 영역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면을 메웠다.

기존의 '맛집 탐방'이나 '맛집을 찾아서'처럼 음식점을 찾아 한두가지 요리를 맛보고 소개하는 형식을 벗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음식점 또는 음식과 얽힌 이야기를 끄집어내 스토리텔링으로 전했다.

등장인물들은 그때그때 떠오른 인천의 문화예술계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본 상황이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음식점 주인들은 길게는 70년이 넘은 가게나 개업한지 1~2년 정도의 가게나 모두 저마다 간직하고 있던 사연을 들려줬다.

2018년 1월3일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찾은 중국요리 전문점 부평의 '복화루'부터 2020년 12월17일 '서양화가이면서 인천YWCA 회장인 조철숙 작가가 찾은 송도국제도시 케이슨24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키사스'까지 3년동안 66회에 걸쳐 소개된 '픽미픽味'는 다양한 등장인물과 함께 한식을 비롯한 중식, 일식, 양식 등을 두루 선보였다.

'복화루'는 중국요리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차이나타운이 아닌 부평에서 1945년 개업한 이래 70년이 넘게 3대에 걸쳐 터줏대감처럼 골목을 지키고 있는 중국집이다.

문학동 '가마솥손두부'와 만석동 주꾸미 전문점 '가연식당' 등 유일하게 두 차례 등장한 '알쓸인잡'은 당시 한 방송의 '알쓸신잡'을 패러디해서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천의 잡학사전'으로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 손장원 재능대 교수, 배성수 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이희인 인천도시역사관장 등이 인천의 근현대사를 구체적인 사료를 들어가며 풀어냈다.

'신선녀'는 신은미 당시 한국이민사박물관장, 신포동 재즈클럽 '버텀라인'의 허정선 대표, 신포동에 있는 출판사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 신포동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서은미 사진작가 등 '신포동을 좋아하는 착한 여인들'이 인천 문화의 원형질 같은 신포동의 '아우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애관극장 매각설로 인천이 떠들썩할 때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모임(애사모)'을 주도하던 당시 민운기 문화공간 '스페이스 빔' 대표, 고동희 극작가, 이희환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신안수 '추억극장 미림' 사업부 매니저 등이 70년이 넘은 평양냉면집 '경인면옥'에 모였다.

인천 북성포구가 매립될 위기에 처하자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그래서 인천을 그림으로 시로 소설로 담아내고 있는 고제민, 양진채, 이설야 등 여성 작가들이 '태호네 횟집'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북성포구 추억을 되새겼다.

웹툰작가 우동균, 심기명씨는 미국식 정통 바비큐 전문점인 '파운드(Pwned)'를 찾았는데 '파운드'는 요즘 코로나 시대에 누구나 하고 있는 '주먹인사'를 뜻한다.

'에스더 리'라는 한복 브랜드로 세계 패션시장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한복 디자이너 이현경씨는 이탈리아 가정식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원 테이블 식당 '디 모니카'의 고영심 대표는 로마 교황청에서 설립한 라테라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혼인·가정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자유공원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담재 이애정 대표가 찾은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는 100% 순메밀로 반죽해서 면을 만드는 메밀요리 전문점이다.

'픽미픽味'에 등장한 여성 67명, 남성 47명의 문화예술인들과 66곳의 음식점 주인들은 모두 자신의 일이나 음식에 대단한 자부심과 애착을 보여줬다. 문화예술인들은 한 분야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모든 열정을 다했으며 음식점 주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요리를 찾아냈고 무엇보다 제철음식을 중요시 여겼고 최상품의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인물들이며 다시 가보고 싶은 맛집이다. <끝>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