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성향 골목상권으로 옮겨가는 선순환

경기지역화폐는 민선 7기 핵심 도정 중 하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선보여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효과를 입증했다. 성남사랑상품권은 발행 4년 만에 영세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을 22.3%나 끌어올렸다.

김병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지역화폐 연계형 지역자치' 주제 발표를 통해 “2018년 성남사랑상품권의 경제효과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효과 545억원, 부가가치 유발 253억원, 취업유발 661명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등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소상공인 매출 및 고용증가 등 지역적 효과도 있지만 기초지방정부 재정자립도 향상, 지역균형성장, 국민경제 활성화 등 국민적인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성남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화폐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지역화폐 시작

경기도는 중심부와 주변부, 종속과 자립, 대립과 공존, 갈등과 경쟁 등의 관계 등 다양한 형태의 기초지방정부가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 내 기초지자체 간 사회경제적 격차도 크다.

또 경기지역은 서울로의 역외소비 유출이 가장 높다. 한국은행과 하나카드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 역외유줄 중 서울로 나가는 돈이 84.5%에 달한다.

특히 자영업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영업이익률은 계속 악화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2018년 12월 발표한 '경기지역 자영업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경기지역 자영업자는 126만명으로 서울(95만명), 경남(50만명)보다 많고, 2000~2017년 자영업자 증가율도 29.2%로 다른 시도(제주 25.0%, 울산 9.3%,경남 6.0% 등) 보다 높았다.

그러나 경기도내 자영업 폐업률은 2017년 14.3%로 전국 평균(13.8%)보다 높아 골목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영업이익률도 2010년 각각 14.6%, 27.1%에서 2015년 8.3%, 16.4%로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여건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경기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기로 했다.

청년배당 등 복지와 연계된 지역화폐가 경기 전역에 본격 유통되면 지역경제에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봤다.

경기지역화폐는 31개 시군과 이견 조율 및 예산 분담 협의, 관련조례안 제정 등 준비과정을 거쳐 2019년 4월부터 본격 발행되고 있다.

경기지역화폐의 발행권자는 도내 31개 시장·군수다. 경기도 전체에서 쓸 수 있는 통합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일부 대도시권으로 소비가 쏠릴 수 있어 각각 해당 시·군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업 방식은 시군별로 종이상품권, 카드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중 원하는 형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도는 발행형태와 무관하게 발행비, 할인료, 플랫폼 이용료 등에 드는 예산을 보조했다.

다만 지역경제를 살리는 취지를 살기기 위해 해당 시군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흥업소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지역화폐를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경기지역화폐,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2019년 1~4분기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소상공인 매출액은 추가로 5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지역화폐 결제액(100만원 기준) 증가가 있는 점포와 없는 점포 간 매출액 차이는 535만원이었다.

2019년 4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경기지역화폐는 발행액과 사용액 모두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지역화폐 사용액은 2분기 466억원, 3분기 1018억원, 4분기 1315억원이다. 발행량 대비 사용량 비율은 2분기 56.5%, 3분기 85.5%, 4분기 88.9%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코나아이 플랫폼 DB를 중심으로 카드형 지역화폐만을 대상으로 분석. 이를 운영하지 않는 김포시, 성남시, 시흥시는 제외함)

보고서는 경기지역화폐의 소상공인 매출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2019년 4개 분기에 대해 약 38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도 담고 있다.

분기별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약 1600만원에서 4분기 약 1800만원으로 호전됐다. 경기지역화폐 총결제액은 2분기 7억3000만원에서 4분기 9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용 점포 수도 2분기 1773개에서 4분기 2061개로 늘었다.

매출액 증대 효과에 대해 패널분석 확률효과모형을 활용해 추정한 결과, 지역화폐 결제 고객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에 비해 매출액이 206만원 상승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시기별로는 지역화폐 결제가 있는 시기가 없었던 시기에 비해 매출액이 115만원 상승한 효과를 보였다.

점포 간 효과를 분석하면 지역화폐 결제 경험이 있는 점포는 없는 점포에 비해 매출액이 475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내 점포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지역화폐의 특성상 기존에는 이용하지 않았던 동네 가게를 계속해서 이용하는 일종의 지역 점포 발굴 효과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동네에 이런 점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역화폐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동네 점포를 찾으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동일점포 내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증가하면 매출액은 추가로 57만원 증가하고, 점포 간 효과에서는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높은 점포는 낮은 점포에 비해 매출액이 535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지역화폐 매출액 증대 효과를 살펴봐도 대규모 도시가 있고 부유한 경기 남부권보다는 도심이 적고 개발이 덜 된 북부권과 중부내륙권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지역화폐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김병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로 발행액과 사용액 모두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경기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지역화폐 활용범위 늘어나

경기도도 지역화폐 모바일 결제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1월 중 공공배달앱을 시범서비스하고, 내년 상반기엔 지역화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며 “경제의 핵심은 순환이다. 큰돈도 정체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적은 액수일망정 막힘없이 팽팽 돌아간다면 지역화폐가 충분한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공공배달앱 '배달특급'과 지역화폐를 연계해 소상공인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지역화폐 이용률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전통시장 유입과 사용처 증가로 지역화폐가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도민들의 소비 성향이 대규모 점포에서 지역경제 모세 혈관인 골목상권으로 옮겨가는 등 소상공인 중심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더 쉽고 간편하게 지역화폐를 쓸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고령층 사용자를 위해 지역 금융기관과 읍·면·동에서 지역화폐 현장 발급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충전액 1조9439억·사용률 86.8%

사용 금액 화성시·사용률 연천군

 

올해 지역화폐 사용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화성시이지만 사용률은 연천군이 가장 높았다.

올해 도내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충전액은 총 1조9439억5300만원(9월 말 기준)이다. 이 중 1조6879억5100만원(사용률 86.8%)을 썼다.

지역화폐 사용 금액은 화성시가 1763억4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성남시(1554억4200만원)·안산시(1335억900만원)·시흥시(1152억3200만원)·고양시(1076억4500만원)·수원시(1037억9400만원)·김포시(1036억3800만원) 등의 순이다. 대규모 도시이자 상권이 발달한 곳이다.

지역화폐 사용률에서는 연천군이 97.9%(46억9700만원)로 1위였다.

이런 가운데 31개 시·군 주민이 지역화폐를 가장 많이 사용한 가맹점(카드형 지역화폐 기준)은 일반 음식점(28.8%)이었다. 사용 금액은 598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8.47%보다 줄어든 수치다.

특히 올해엔 지난해에 견줘 학원 사용률이 늘었다. 지난해 지역화폐 사용률이 8.68%(243억원)였던 학원은 올해 9.2%(1906억원)로 증가했다.

현재 도내 지역화폐 가맹점은 총 57만개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