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억 간직한 인천서 평화를 설계하다
전쟁의 기억 간직한 인천서 평화를 설계하다
  • 정찬흥
  • 승인 2020.11.22 14:34
  • 수정 2020.11.22 19:19
  • 2020.11.23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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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포럼, 수봉공원 현충탑 등 탐방
▲ 제4회 평화순례 '인천전쟁 기억 탐방' 참가자들이 수봉공원 현충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 인천시 평화도시 지원사업’의 마지막 행사인 생명평화포럼(상임 대표 정세일)의 ‘제4회 평화순례’가 21일 인천의 대표적 전쟁기념물이 들어선 미추홀구 수봉공원과 연수구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일대에서 진행됐다.

‘전쟁의 도시 인천 순례, 인천 전쟁 기억(상징물) 탐방’을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는 류창호 인하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해설을 맡았다.

순례단은 먼저 현충탑과 반공회관, 재일학도의용군참전기념비, 6.25 참전 인천지구 전적비 등 전쟁기념물이 밀집한 수봉공원을 찾았다. 공원 내 시설물에서는 친일 경력이나 군사독재정권을 찬양했던 인물들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반공회관 앞 방공호국탑에는 친일 행적에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옹호했던 이은상의 글이 남아있고, 6.25 참전 인천지구 전적비에서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조각가 김경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김경승은 중구 자유공원에 서 있는 맥아더 동상을 만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친일 활동에 앞장섰던 반민족 행위자들이 해방 이후 친미주의자로 변신하고,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독재 정부’를 찬양하는데 열을 올렸던 ‘기회주의적’ 행태를 냉전의 상징인 ‘전쟁기념물’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어 순례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때 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념관 앞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어록이 새겨진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류창호 연구사는 “인천상륙작전을 기록해 놓은 기념관 어디에서도 당시 인천 사람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6.25 전쟁 당시 인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이 ‘빨갱이 가족’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강요된 침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진상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차례의 ‘평화 순례’를 현장에서 주도해온 이희환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지역의 높은 산마다 대결 논리의 전쟁기념물이 가득한 인천에서 평화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질문과 과제를 잔뜩 남기고 ‘평화도시 지원사업’ 행사를 마친다”고 말했다.

/정찬흥 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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