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학초등학교 앞 근린공원.

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중얼거려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1892년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 'La Simone'에 수록된 시 '낙엽'이다. 독특한 감성과 상상으로 부조된 '시몬'이란 여성에 대한 구르몽의 깊고 강렬한 애정을 담은 시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가을 '시몬'을 부르는 시는 그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여느 때 같으면 단풍의 절정기를 맞아 각종 매체에서 앞 다투어 아름다운 산과 걸어볼 만한 낙엽길을 기획과 특집으로 내보낼 시기다. 대신 가을의 불청객인 미세먼지를 경고하는 방송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만 미디어를 매일 장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당국은 생활방역과 외출과 모임 자제를 끊임없이 권고한다. 전대미문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생활방역이 다시 무너지면서 주춤했던 확진자 수도 다시 늘고 있다. 그나마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연이어 발표돼 한 가닥 희망이 생기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사람이 밀집되고 접촉이 많은 실내를 피해 산책을 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지난 주말 미추홀구 관교동의 승학초등학교 앞 근린공원과 인근의 중앙공원을 걸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이 형형색색 짙은 수채화를 수없이 그려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든 곳이 포토제닉감이다. 가슴이 트였다. 막혀있던 감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걷고 또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