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백년의 맛과 멋'

문화예술공간 변신 인기 '조양방직'
소극장 공연 맥 잇는 '플레이 캠퍼스'

한국식 통닭 추억 가득 '개항로 통닭'
보리향 솔솔 수제맥주공장 '칼리가리'

지금은 추억의 시네마 천국 '미림극장'
100년 건물 40년 역사 '재즈 버텀라인'

인천은 1883년 개항으로 우리나라에 서구 근대문화와 문물이 들어온 곳입니다. 특히 인천 중구 일대에는 근현대문화유산으로 가득합니다. 인천 중구 개항로와 신포동, 강화에서 뉴트로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봅니다.

 

# 뉴트로 성지 조양방직

▲ 카페·문화공간으로 변신한조양방직 현재 모습.
▲ 카페·문화공간으로 변신한조양방직 현재 모습.

뉴트로 문화 감성의 성지로 전국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천광역시 강화에 있는 조양방직이 그곳입니다. 카카오 네비게이션에 가장 많은 검색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입니다.

원래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으로 설립돼 1950년대까지 강화의 경제부흥을 이끌던 방직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방직산업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면서 결국 공장문을 닫고 오랫동안 버려지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 1950년대 조양방직
▲ 1950년대 조양방직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조양방직은 고미술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엔틱샵을 운영했던 이용철 사장이 조양방직을 인수하면서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찾는 카페이자 문화미술공간으로 달바꿈하게 됩니다.

이용철 사장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폐허나 다름이 없었으나 천장의 아름다운 트러스트 구조를 보고 운명처럼 느껴졌고, 새롭게 꾸며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카페 조양방직이 인기를 끌고 있는 무엇일까요?

향기로운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술작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공간과 다양한 소품들과 오래된 건물이 뉴트로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개항로 통닭

▲ 한국식 정통 통닭을 판매하는 '개항로 통닭' 모습.
▲ 한국식 정통 통닭을 판매하는 '개항로 통닭' 모습.

뉴트로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인천 개항로에 가면 '개항로 통닭'이라는 특별한 통닭집이 있습니다. 전기로 노릇노릇 구워낸 한국식 정통 통닭을 파는 집입니다. 통닭집이 들어선 건물은 84년 전 1937년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빈 곳으로 버려져 있던 이곳에 '개항로 통닭'이 들어서게 됩니다.

'개항로 통닭' 이창길 대표는 “세대와 관계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창길 대표의 바람대로 '개항로 통닭'을 찾은 손님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맛과 멋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옛 추억과 옛 문화를 떠올리는 소품과 사진이 있습니다. 탁자와 의자도 촌스러워 보이는 물건들입니다. 마치 70년대 80년대 영화 세트장 모습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젊은층들은 전혀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가게 간판 글씨는 과거 화려했던 시절 이 거리에서 극장간판을 그렸던 분이 직접 써준 것입니다.

▲ 개항로 통닭 닭 한마리
▲ 개항로 통닭 닭 한마리

운명의 장난처럼 40년 전 '개항로 통닭' 자리에도 통닭집이 있었다는군요. 40년 전에 통닭을 팔았던 옛 주인께서도 '개항로 통닭'을 방문해서 젊었을 때 추억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손엔 닭 다리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이죠. '개항로 통닭'에서 통닭을 먹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는 것이며, 인천의 근현대역사와 추억을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 소극장 플레이 캠퍼스

▲ 소극장 플레이 캠퍼스의 오페라 '라보엠' 연습 장면.
▲ 소극장 플레이 캠퍼스의 오페라 '라보엠' 연습 장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천 공연예술의 맥을 잇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항로 골목에 있는 문화공간 '플레이 캠퍼스'입니다.

'플레이 캠퍼스'는 개항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요양병원 옆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숨바꼭질하듯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대로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지만 '플레이 캠퍼스'가 있는 골목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1978년 인천 개항로(당시 경동)에는 '돌체 소극장'이 개관합니다. '돌체 소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소극장입니다. 인천 연극의 산실이자 모태였던 곳이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인천 연극이 침체기에 들면서 '돌체 소극장'이 자리를 떠나게 되고 오랜 시간 동안 비어 있게 됩니다. 다행히 2009년 '돌체 소극장'이 떠난 자리에 '플레이 캠퍼스'가 들어서게 됩니다.

'플레이 캠퍼스' 장한섬 대표는 “처음 플레이 캠퍼스를 개관했을 때 연극 위주로 공연했지만 차츰 외연을 넓혀서 오페라와 록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천 근현대문화의 추억이 깃든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연극과 공연만 올리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배우가 되어 연극을 하는 '연극마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의 아마추어 극단들도 창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장한섬 대표는 “예술과 생활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칼리가리브루잉

▲ 신포동에 위치한 수제 맥주 공장과 펍 칼리가리브루잉.
▲ 신포동에 위치한 수제 맥주 공장과 펍 칼리가리브루잉.

인천은 우리나라에 맥주가 처음 들어온 도시입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며 인천을 통해 맥주가 공식 수입되기 시작합니다. 강화도조약 5년 전 1871년 인천 월미도에서 맥주병을 안고 있는 조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인천의 맥주가 다시 날갯짓을 하게 됩니다.

인천 중구 신포동 일제강점기 시절 창고로 쓰였던 건물에 보리 향기로 가득합니다. 바로 수제 맥주 공장인 칼리가리브루잉입니다.

이곳 사장님이신 박지훈 대표는 어린 시절 보았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란 영화에서 이름을 딴 수제 맥주 공장을 열었습니다.

칼리가리브루잉은 수제 맥주 공장 옆 한편에 멋진 펍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버려졌던 창고였는데 이를 개조해 맥주 공장과 맥주 펍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 칼리가리브루잉 수제맥주
▲ 칼리가리브루잉 수제맥주

수제 맥주의 특징이라면 획일화된 맛이 아닌 다양한 재료와 제조법에 따라 맛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맛과 향일 것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신포 우리맥주'입니다. 인천의 지명을 딴 맥주다 보니 뉴트로 감성과 문화적 코드를 느끼려는 많은 술꾼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개항장' 등 인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있는데요, 칼리가리브루잉은 2019년 대한민국 주류대상도 받았습니다. 박지훈 대표는 “인천 맥주로서 인천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며 품질과 문화적 코드도 있으니 많은 사랑을 바란다”고 말합니다.


 

#추억이 있는 미림극장

▲ 추억의 미림극장 내부 영화 포스터.
▲ 추억의 미림극장 내부 영화 포스터.

미림극장은 지난 1957년 '평화극장'이란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무성영화 상영으로 시작해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미림극장은 2004년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2013년 다시 '실버극장'으로 재개관해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미림극장은 문화공간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며 옛 원도심의 문화 중심지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3층 전시관에 방문하면 과거 미림극장에서 일했던 분들이 기증한 사진, 포스터, 영사기, 필름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 미림극장 전경
▲ 미림극장 전경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는 “단순히 어르신들의 추억의 공간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모든 세대가 영화를 통해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림극장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조금은 낡고 아날로그적인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 '너희가 재즈를 아느냐?' 재즈클럽 버텀라인

▲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 '재즈클럽 버텀라인' 내부 모습.
▲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 '재즈클럽 버텀라인' 내부 모습.

재즈의 역사가 긴 만큼 인천의 재즈 역사도 꽤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인천 중구 신포동 거리에 가면 100년이 넘은 건물 2층에 '버텀라인'이라는 재즈 클럽이 있습니다.

'버텀라인'은 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입니다. 인천의 재즈 문화도 이곳 신포동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라이브 무대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LP를 목격하게 됩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 장의 LP는 버텀라인의 세월이자 자긍심입니다.

버텀라인의 매력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이곳 사장님 허정선 대표가 직접 LP를 골라 음악을 틀어줍니다. LP판만 3000여장이니 어지간한 음악은 다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한 요즘에는 즐길 수 없는 아날로그 맛이 물씬 풍깁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버텀라인은 주 1회 열리는 라이브 무대로 유명합니다.

버텀라인을 거쳐 간 재즈 뮤지션 면면을 보면 이곳이 인천의 대표 재즈 클럽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 클럽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띠에리마이야르, 재즈 보컬 엘자코프 등 세계 유명 음악인과 신관웅, 류복성 우리나라 유명 재즈 음악인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데다 유명 재즈 음악인들의 공연이 열리다보니 우리나라 3대 재즈 클럽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100년이 넘는 건물에서 40여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 '백 년 가게'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