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면
화성 대표 관광지 궁평해수욕장
해송·해안·석양 어우려져 절경
차박하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 나
백사장 위 숲 조형물 인생샷 스폿
궁평항 일대 해안길도 꼭 걸어야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걷기가 유행하고 있다. 걷기는 중독이라 걸으면 걸을수록 걸어보지 않은 다른 길을 걷고 싶어진다. 걷기 좋은 선선한 가을, 경기만 소금길 여정은 걷기의 새로운 감동을 준다. 화성 백미리어촌체험마을에서 화성방조제까지 이어지는 경기만 소금길 13구간에서는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경기만 소금길 13구간
○백미리 어촌체험마을-궁평 해안사구·궁평항-매향리선착장-화성방조제
○거리 : 14.1km
○난이도 : 중
#해송과 노을이 그린 해변 ‘궁평리 해안’
13구간은 사람이 숨 쉬는 마을,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의 끝자락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화성시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궁평해수욕장이 나온다. 궁평해수욕장 일대는 코로나19 이후 대안여행으로 인기가 높아진 차박(차 트렁크를 활용한 캠핑)을 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궁평리 일대는 옛날 궁에서 관리한 땅이 많아 ‘궁평’ 혹은 ‘궁들’이라 불렸단다. 이곳의 해안 유원지는 해송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낸다. 특히 낙조가 아름다워 신년 해맞이 명소로 해마다 많은 인파가 다녀간다. 또, 궁평리는 서해에 면해 있는 마을로 이곳 해안에 형성된 사구는 보존 상태가 양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해안사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길이 2km, 폭 200~300m에 달하며, 바다 쪽으로는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폭 50m 정도의 모래사장을 포함한다. 사구 뒷편에는 100년 이상 된 5000그루의 해송이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예술 조형물로 ‘힙’해진 궁평해수욕장
지난 여름 백사장에 세워진 이색 조형물, ‘궁평 오솔(OSOL) 아트 파빌리온’은 궁평리의 명물이다. 궁평항 해안길을 따라 펼쳐진 해송 군락지에 위치한 아트 파빌리온은 바다 물결의 형상을 보여주는 지붕과 함께 소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기둥으로 이루어진 숲의 형태를 가진 예술 조형물이다. 2020 레드닷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환경디자인 본상을 수상하면서 여느 해수욕장과 다를 바 없던 궁평해수욕장이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힙’한 장소가 됐다. 궁평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면 궁평항 일대를 아우르는 5km의 도보 코스인 황금해안길로 이어진다. 황금해안길은 해양수산부가 해안 경관이 아름답고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걷기 여행에 좋은 해안길 53개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바다 풍경, 낙조, 갯벌 등 다양한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황금해안길이 가진 매력이다.
길은 해변과 궁평항을 거쳐 화성방조제까지 이어진다. 화성방조제는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와 우정읍 매향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건립한 방조제다. 1991년부터 시작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통해 건립한 방조제로 2003년 3월 물 막음 공사가 끝나면서 장장 9.8km의 길이 조성됐다. 바다를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방조제의 한쪽 끝이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이고 다른 쪽 끝이 서신면 궁평리이다. 궁평리 쪽에 길이 약 100m 배수갑문이 있고 궁평리 기점 6.6km 지점에 중간 선착장이 있다.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화성방조제 길
화성방조제 길을 걷다보면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화성호를 떠올리게 된다. 1991년부터 진행된 화성호 간척사업으로 인해 수질 오염, 주변지역 갯벌의 환경변화, 어획량 감소, 어민생존권 박탈, 물새 서식지 파괴 등 다양한 환경 피해 문제가 드러났다. 지역주민과 종교단체, 환경시민단체들은 생명평화의 화성호를 만든다는 의지를 모아 지속적인 생명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간척사업 진행에 따른 산지훼손 문제조사와 수질 모니터를 비롯해 각종 사회문화 영향조사 등 주변 지역 생태계 변화 및 피해현황을 조사할 뿐 아니라 고렴, 송교리 매화리 갯벌과 화성호 인근 저서동물, 조류, 식물, 염전 문화에 대한 모니터링 등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화성호 일대에는 방조제 설치 이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철새와 해양 생물 등이 서식하는 보금자리였다. 수도권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서해안의 갯벌이 땅으로 메워져 도시와 산업단지로 편입됐고 방조제 건설로 화성호는 강과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실제 2002년 1만2000마리에 달하던 철새는 현재 5000마리 미만으로 눈에 띄게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화성방조제를 거쳐 매향리 선착장까지 가는 길에서는 절경에 대한 감탄은 잠시 뒤로 하고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상제공=화성시
[길 위에서 만난 사람] 화성연안환경문화연대 윤영배 회장
"무분별한 개발로 죽어가는 화성호, 역간척 해야만 살릴 수 있어"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화성호를 역간척을 통해 되살려 내야 합니다. 생태계가 죽어가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 가는 것을 막아야지요.”
지역개발로 사라져 가는 생태환경과 삶의 터전을 보존하기 위해 20여년을 선봉에 서왔던 화성연안환경문화연대 윤영배 회장은 14일 화성호 역간척을 강조했다.
그는 시화방조제의 악몽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화성방조제가 시화방조제의 부작용을 답습해 가고 있음을 목격한다.
“화성방조제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담수화 사업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화성호는 해수화 된 지 오래지요. 시화호가 그랬던 것처럼 생태계는 죽어가고 결국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어요. 다시 바다를 트는 형태의 역간척이 이뤄진다면 죽어가는 바다와 호수를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어요.”
엔지니어였던 그가 환경운동에 뛰어든 건 시화방조제 문제가 대두되던 1997년도부터다.
“시화방조제와 인접한 지역인 화성 우음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시화호는 그야말로 죽음의 호수로 변해갔죠.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민들은 현저히 줄어가는 어획량과 참을 수 없는 악취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해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저는 다시 돌아온 고향 땅이 황폐해 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심각성을 깨달은 뒤로 환경운동에 적극 나서게 됐지요.”
시화호 환경운동을 기점으로 지역의 환경을 지켜내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주체이자 감시자로서 자연 자원을 보존하고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성시 전체를 에코뮤지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화성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습니다. 바다와 호수, 갯벌이 있고 일대는 전국 제일의 염전이 형성돼 있었으며 별망포와 마산포라는 제법 큰 규모의 포구도 있었죠. 오대 장을 중심으로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기도 했어요. 또 당성이나 융.건릉, 제암리 항일운동과 같은 역사적 자원들이 풍부한 곳 역시 화성입니다. 화성의 소중한 자원들이 개발로 사라져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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