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1월3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대통령이 선거운동에 집중하면서 민감한 대외문제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휴전상태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세계도처에서는 팽창하는 중국의 영향력과 미국과의 패권경쟁의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의 대결국면에서 유럽과의 관계증진과 우호협력을 추구했던 중국은 사면초가에 직면해있다. 지난달 대만을 공식방문했던 체코의 상원의장 밀로스 바크트로칠에 대해 중국정부는 14억 중국인민을 적대시하는 행위로 엄청난 대가를 치를것 이라고 반협박조의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과 유럽공동체(EU) 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조율하기위해 지난달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가는곳 마다 중국의 협박성 성명에 냉혹한 비판에 직면했다. 노르웨이에서 왕이 장관은 홍콩 시위대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해 혹독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홍콩 뿐 아니라 신장(新疆)자치구 강제수용소문제가 제기되면서 곤경에 처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많은 독일과 네덜란드까지 인권문제와 함께 지적소유권에 대한 중국의 확고하고 공정한 자세를 요구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은 또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반 중국정서가 확산되면서 중국을 잠재적국으로 간주해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호주의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이후 최초의 지역적 도전에 직면해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력을 강화하는것이 호주를 자극한 것이다. 이에따라 호주는 미국을 주축으로 일본과 인도가 포함된 쿼드(QUAD) 안보협의체와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핵심멤버로 2030년까지 2700억 호주달러(약 223조원)에 달하는 국방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설상가상격으로 젠화 데이터(ZHENHUA DATA)라는 중국의 정보회사에서 3500명에 달하는 호주인들의 신변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는것이 폭로되면서 반중국 기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이 회사는 세계각국에서 무려 240만명의 주요인사들의 개인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호주에서 본격적인 문제로 대두되고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의 위상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우며 아프리카 각국에 경제원조와 인프라 구축에 나선 중국은 초기에는 현지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으나 근년들어 차이나 머니를 받지 말자는 주장이 도처에서 번지고 있다. 살기좋은 지역에는 현지인들을 내쫓고 차이나 타운을 건설하는가 하면 도로, 항만, 통신시설같은 인프라를 건설해도 중국에서 소유하고 관리함으로써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에라리온의 비오대통령은 선거운동중 중국의 인프라건설은 시에라리온 국민들에게는 혜택이 없는 엉터리라며 국가경제의 중국예속을 줄곧 비판했다. 중국의 아프리카투자의 주 목적이 헐값으로 자원을 확보하는것이 기본이고 연해에서는 수산자원을 싹쓸이로 불법채취해가는 작태에 아프리카 각국이 분격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골드러시 붐이 일어나자 무려 5만명의 중국인들이 몰려와 불법으로 땅을 혜치고 매년 24톤의 금을 불법으로 캐어가는것을 본 현지인들은 과거 식민지때에도 겪지못했던 일들이 아프리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아시아 여러나라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정책이 도전을 받고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중국자본으로 건설중인 철도와 수력발전사업을 국가부채의 주범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중국 국영기업이 수주한 송유관과 천연가스관 공사도 취소했다. 이같은 사태는 중앙아시아 여러나라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있다. 일본도 중국에 진출해있는 자국기업의 철수를 종용하면서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산업을 이끄는 회사를 옥죄며 홍콩, 대만, 신장과 내몽골자치구 문제같은 중국의 급소를 찌르는 것을 주로 보고 듣고 있는 우리는 중국이 세계도처에서 감행하고 있는 또다른 비리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결여된 것이 현실이다. 이달 중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이어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우리나라를 찾는다. 북한의 핵문제를 안고있는 우리에게 G2 초강대국인 두나라가 던질 질문과 요구에 대해 어떤 해답과 입장을 견지할것인지 자주적 미래를 지향하는 과감하고 현명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