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완결성 갖추려면 규모에 맞는 국가기관 있어야”

“300만 대도시임에도 고법 없어
서울 가깝다는 이유로 차별받아
설립시 시민 권리 구제 쉬워지고
법률시장 활기로 인재 유출 막아

인천 출신으로 인천지법 근무도
도시계획 공부로 법원 가치 자각
인천고법 유치에 적극적 관심을”

 

▲ 지난 7월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인천고등법원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조용주 변호사가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300만 인천시민은 온전한 '사법 독립'을 꿈꾼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신속하게 재판받기를 바란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는 공간적 거리감뿐 아니라 문화적·심리적 거리감도 존재한다. 두 도시 간 거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오늘날에도 인천시민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까지 가야 하는 현실은 '중앙집권적 사법 구조'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인천의 한 변호사가 쏘아 올린 공이 인천의 사법 독립을 앞당기고 있다. “인천고등법원을 설치하자”는 작지만 깊은 외침은 지역 법조계와 정치권을 관통해 국회에 울려 퍼졌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법조타운에서 인천지방변호사회 산하 인천고법 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용주(49)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를 만나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과 추진 상황, 소회 등을 들어봤다.

 

 

▲인천고법 부재는 '엄연한 차별'

“인천은 서울과 가깝고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300만 대도시임에도 고등법원이 없는 탓에 시민들은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조 변호사는 인천에 고등법원이 없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의 지위 향상과 시민이 헌법상 신속히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인천고법이 설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천이 서울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도시 기능의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인천은 도시 안에서 모든 기능들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규모로 커졌지만 여전히 사법 기능은 서울에 남아 있습니다. 인천이 도시 기능의 완결성을 갖추려면 규모에 맞는 국가기관이 설립돼야 하고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인천고법 설치가 지역사회에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받게 돼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 권리 구제가 더욱 쉬워진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인천에서 모든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돼 사법 수요가 증가하고 법조인이 늘어나 지역 법률시장 활성화와 인재 유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사법부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고등법원은 도시 위상과 함께 사회·경제·문화 전반에서 도시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낸다.

현재 인천 서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신동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인천고법 설치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 변호사는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빠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에 통과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시민들이 인천고법 유치를 열렬히 지지한다면 올해 또는 내년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와 법원행정처가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여당 요구에 수긍할 가능성이 높고, 법원행정처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좋은 충고를 해줘야 진정한 '평생 친구'

인천에서 자란 조 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 인천지법에서 근무한 경력도 지녔다. 누구보다 인천을 사랑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천고법 유치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도시 계획을 공부하면서 도시 기능 중 하나인 사법 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을 알리는 세미나 발제를 맡았습니다. 인천고법이 필요한 이유와 유치 절차, 고등법원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이후에도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고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법무법인 '안다'는 몽골어로 '평생 친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의뢰인을 평생 친구처럼 보살피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조 변호사가 직접 작명했다.

“저희를 믿고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인정해주는 의뢰인들에게 평생 친구처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어려울 때 손 내미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좋은 충고를 해주는 사람도 진정한 친구입니다.”

조 변호사는 즐겁고 건강한 걷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개교한 순례길 학교 교장도 맡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한국형 순례길을 조성해 시민들이 해외로 가지 않더라도 국내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그의 바람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민들이 평화의 길과 희망의 길, 깨달음의 길을 걷게 하고 싶습니다. 걷는 동안 자신 안에서 평화와 희망의 싹을 키우고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길 원합니다. 원래 저는 철학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순례길 학교는 그 꿈을 실현하는 하나의 장이 될 것입니다.”

조 변호사는 다시 한 번 인천고법 유치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인천고법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50만명의 서명을 받게 되면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인천이 한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발전하고 문화적으로 성숙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