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원조
'절반의 실패' '오늘도 나는…' 재출간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88년 여성 소설가가 쓴 여성주의 연작소설 <절반의 실패>가 나왔다. 사회와 가정에서 남성의 가부장적 군림이 당연시되던 그 시대 당당히 물음표를 던진 이 책은 곧장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이경자 작가는 1992년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라는 책을 또 펴냈다. 우리나라 페니미즘 서적의 원조 격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낯선 도발에 불쾌감을 느꼈고 어떤 이들은 책을 읽지도 않고 거북스러워했다. 이후 두 책은 절판되고 만다. 이경자 작가는 30여년이 흐른 지금 두 책을 재출간했다. 세월만큼 나이를 먹어 70대가 된 작가는 책의 내용이 이미 30년 전 오늘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절반의 실패, 이경자, 걷는사람, 400쪽, 1만5000원.
▲ 절반의 실패, 이경자, 걷는사람, 400쪽, 1만5000원.

 

▲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이경자, 걷는사람, 344쪽, 1만5000원.
▲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이경자, 걷는사람, 344쪽, 1만5000원.

 

◁책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내놓는 이유는

-<절반의 실패>를 쓰고 조롱과 응원을 함께 받았다. 마치 평생 돌봐야 할 아픈 자식같은 소설이었다. 1948년 내가 이 땅에 딸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삶은 이미 '절반의 실패' 였던듯 싶다. 지금까지 절반의 실패를 향해 그렇게도 쓰러지고 달리고 또 쓰러지고 했나보다. 아주 작은 출판사 '걷는사람'이 이 책을 살려 내자고 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30여년이 지났다. 그때와 뭐가 달라졌는가

-당시에는 수많은 남성들이 항의했고 여성 차별에 무지했던 당대의 시대상이 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산이 몇 번 바뀐 뒤 세상이 조금씩 변했고 그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책을 바라보는 거부감이 꽤 누그러진 것 같아 다행스럽고 기쁘다.

초판과 다른 '개정판 작가의 말'을 실었다. 작가의 말은 아주 중요하다. 작품은 물론 작품이 책으로 세상에 나온 과정을 말해 준다.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작가인 나의 생각도 바뀌거나 수정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예전 것을 현재의 관점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어떤 시절에 어떤 시대 배경에서 쓰여졌는가는 그 작품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 이 책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 같나

-책이 쓰였을 당시는 가부장제가 법으로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과는 아주 상황이 달랐다. 그래서 책 속의 문학적 질문이 지금 시점에서 우습게 보이기도 할 것 같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며 그 거울은 늘 청결하고 신선해야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30년전, 이미 지금 현재를 말하고 있는 대목들이 있다. 신기하게 느낄 정도일 것이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가

-나는 늘 시대현상에 질문한다. 이건 뭐지? 생명을 추구하는 올바른 방향인가? 진정성이 있고 진실한가? 이런 등등의 질문 속에서 소재가 잡히고 주제를 설정해서 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