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사유재산이라는 주장과 서울시의 시민을 위한 공원조성이라는 명분이 대립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3만7000여m²의 대지는 사대문 안에서 넓직한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마지막 땅이다. 1980년대 까지도 송현동 땅은 미국 대사관 직원 저택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시절 대학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었던 연유로 대사관 간부 저택에 몇차례 초청받아 외교관 저택단지에 들어가면 외국에 온 분위기를 느끼던 기억이 난다. ▶미국대사관이 직원들의 저택을 용산의 8군 영내로 이전하면서 송현동 대지는 삼성의 소유가 되었다가 미술관 건립이 어렵게 되자 대한항공이 2008년에 29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송현동 땅이 상업용도로 개발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6성급 호텔을 건립한다는 구상으로 매입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땅을 사고 팔면서 차익을 얻고 전방위 로비로 토지용도를 바꾸고 용적율을 높여서 가치를 올리는 관행을 염두에 두었기에 매입을 결정했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금년들어 자금난 해소를 위해 송현동 대지를 매물로 내놓자 이를 서울시에서 공원으로 하겠다며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매입 예상가격까지 보도되자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서울시 이외에도 언론기관과 시민단체 그리고 교수들과 주민대표들까지 나서서 갑론을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지켜보면 21세기 코로나 사태로 자연복구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실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스스로 정론지임을 내세우는 한국의 대표적인 신문도 '송현동 부지 공원화는 서울시의 갑질이 아닌가'라는 H교수의 글을 오피니언면에 대서특필하고 '송현동 공원계획 서울시 취소하라'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성명을 기사로 취급하고 있었다. 이어서 '땅 사겠다면서 대금은 2022년까지 지급' 또는 '국민권익위원회 찾아간 대한항공' 등의 제목으로 공원 만들겠다는 서울시를 비판하고 땅값 올려 받겠다는 재벌급 회사를 두둔하는 행태를 보면서 언론의 사명이 실종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뜻있는 시민들과 지자체가 힘겹게 지켜온 도시숲은 여름 한낮 기온을 평균 3~7도,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이상 낮춰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CAC 글로벌 국제회의에서 한 뼘의 도시공원 예정지도 지켜내고 아파트를 짓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는 박원순 시장의 생전 마지막이 된 공언대로 송현동 땅도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탄생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고싶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