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초입 잠자고 있던 나의 식탐이 꿈틀댄다

코로나로 지친 예술계 보양식이 필요한 때

▲ 김화산 인천시립극단 단무장이 민물장어구이 전문점 '영산강민물장어'를 찾았다.
▲ 김화산 인천시립극단 단무장이 민물장어구이 전문점 '영산강민물장어'를 찾았다.

“단무장이란 한마디로 극단의 사무국장 또는 기획실장이라고 보면 돼요. 단장과는 다른 개념인데 극단의 1년 예산 편성부터 공연 기획과 공연에 필요한 비용 산출 등 살림살이를 맡아서 하고 있지요. 단원들이 필요한 것을 미리 파악한 뒤 지원하면 단원들은 편안하게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극에도 조예가 깊어야하지요.”

인천시립극단 김화선 단무장이 민물장어구이 전문점으로 유명한 인천 서구 가정동에 있는 '영산강민물장어'를 찾아 연극과 뮤지컬, 장어구이 맛있게 먹는 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화산 단무장은 1984년 서울 대학로의 극단에 들어가 극단 '맥토' 등을 거쳤고, 1996년에는 극단 '객석'을 직접 창단하고 운영하면서 뮤지컬 작품을 연출하기 시작한 음악감독 출신이다. 2009년 시립극단 공채로 단원이 되면서 지금까지 36년 동안 연극판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어릴 때부터 연극에 빠졌어요. 지금 돌아보니 연극은 저에게 마약 같은 강렬한 존재였어요. 지금은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인 이종훈 감독을 극단 맥토 시절 처음 만났는데 그때 조감독으로 있으면서 많이 배웠고 극단 객석을 운영하며 뮤지컬 작품 연출할 때 뉴욕도 가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요즘 뮤지컬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뮤지컬 배우들과 친구이며 선후배로 많은 작품을 했지요. 인천시립극단에 올 때도 당시 예술감독이던 이종훈 감독이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서 공채에 응했어요.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멘토 같은 분이지요.”

김 단무장은 인천에서 제대로 잘 짜인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을 해오다 지난해 삼국시대 문학산을 배경으로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 설화를 작품화한 '난화'의 총감독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인천에 뮤지컬 작가와 연출가를 키우기 위해 저는 일선에서 물러나 총감독으로 작품을 다듬어주는 역할을 맡았어요. 주·조연급은 검증된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다른 연기자들은 인천과 서울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죠. '명성왕후'보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재미있다는 평을 들었어요. 올해는 '난화'를 업그레이드시켜 음악도 라이브로 맞추려고 16인조 오케스트라를 준비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어요. 지금 상황이면 하반기도 공연은 어려울 것 같아서 내년에나 상황을 봐서 공연일정을 잡아야겠어요.”

▲김화산 인천시립극단 단무장
▲김화산 인천시립극단 단무장

김 단무장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모든 공연일정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지만, 무관중 공연이나 코로나 시대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단원들 일정 챙기랴, 다른 지역 극단과 회의에 참석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연기자가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요. 대리기사, 택시기사, 배달원, 편의점 알바, 노동판 등에서 일하며 1년에 한두편 작품에 출연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더 막막해요. 하지만 버텨야 해요. 제 딸도 뮤지컬을 하고 있는데 안정된 생활을 바라지만 어려울수록 자기 것을 놓지 말고 작품에 몰두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이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분들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기를 바라요.”

전남 영광이 고향인 김 단무장은 지금도 매일 조명실에 올라가 무대를 바라보며 공연 그림을 상상할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오래된 극장은 모두 독특한 냄새가 있어요. 대학가요제에서 나온 '연극이 끝나고 난 뒤'란 노래가 있죠. 가사에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도 점심 먹고 조명실에 올라가서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 집 이야기]
홍삼 먹고 자란 토종장어, 맛도 영양도 두 배

▲장어구이
▲장어구이

“원래 친구가 하던 '영산강민물장어'를 지난해 10월부터 제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친구가 이런저런 이유로 가게를 못하게 됐는데 워낙 대형 음식점이다보니 맡을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자 저에게 권유했어요. 민물장어는 어릴 때부터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자주 먹었고 이 집도 손님으로 종종 찾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서 음식점은 처음이지만 도전하게 됐어요.”

인천 서구문화회관 바로 옆에 있는 장어구이 전문점 '영산강민물장어' 이기형 대표는 1996년부터 인천에 살면서 PCB라 불리는 전자회로기판에서 나오는 구리, 주철 등 비철·특수금속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저희 장어는 전남 영광의 법성포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양식장에서 가져와요. 우리나라 토종 자연산으로 '자포니카'라 불리는 최고급 품종이지요. 덴마크식 최첨단 시설에서 지하 250m에서 퍼 올린 암반수와 홍삼을 주원료로 천국, 맥아, 신곡, 감초, 창출, 백출, 오가피 등 7종의 한방사료를 쓰지요. 장어가 다른 집보다 알이 굵고 항생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 손님들이 '홍삼장어'나 '한방장어'라 불러요.”

'영산강민물장어'는 장어 직판장이기 때문에 가격도 착한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에 손질된 장어가 포장용기에 담겨 진열돼있다. 장어를 골라 값을 치르고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 먹기좋게 잘라서 가져온다. 보통 1마리에 500g이다. 갓김치, 백김치 등 김치류와 각종 장아찌는 영암 농장에서 담가서 가져오고 야채도 모두 공수해온다. “장어는 바로잡아서 머리. 내장. 뼈를 골라낸 뒤 순살로만 초벌구이를 한 뒤 절단기로 고르게 잘라 손님상에 올려요. 초벌구이하면 장어 특유의 잡내를 제거하고 손님들이 익히는 시간을 줄여서 드시기 편하지요.”

이 대표는 영암의 유명한 금은방집 장남으로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다. 금은방집에서는 보통 시계, 안경도 같이 다루기 때문에 20대 중반까지 아버지 일을 도우며 안경사 자격증까지 땄다. 어릴 때부터 레슬링, 유도, 축구 대표선수로 각종 대회에 출전했던 만능 운동선수였다. 인천호남향우회 서구지회장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역임했고 지금은 아시아 각국에서 미용대회를 열고 있는 '세계속의 미용문화 국제연맹' 인천시회장을 맡아 불우어린이 돕기 등에 나서고 있다. 해마다 1월1일 동네 어르신 600~700명을 모시고 떡국행사를 서구청과 함께 갖고, 11월에는 동네 주부회와 담근 김치를 홀몸노인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게에 남진, 박강성, 문희옥, 박연우 등 유명 가수를 비롯해 연예인도 자주 찾고, 단체 회식이나 가족모임 때도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복날과 어버이날, 어린이날 있는 5월에는 200석을 채운적도 종종 있어요. 제법 큰 가게를 유지하는게 이런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봉사나 나눔 행사를 갖고 있어요. 코로나와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로 심신이 지친 분들이 장어드시고 힘내시면 좋겠어요.”

테이블은 4인석 50개가 입식과 좌식으로 나뉘어 있다. 주차는 80대까지 가능할 정도로 널찍해서 이용하기 편리하다.
 



[그 집 추천 메뉴]
구이는 명품 술 안주…탕은 해장으로 일품

▲ 장어구이 쌈을 먹을 때 생강을 곁들이면 살균작용과 함께 비린내까지 잡아준다.
▲ 장어구이 쌈을 먹을 때 생강을 곁들이면 살균작용과 함께 비린내까지 잡아준다.

※ 민물장어구이
민물장어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적인 사시사철 보양식이다. 지방, 단백질, 비타민A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장어는 예로부터 어린이 허약체질 개선, 산후조리와 병후회복, 근육 강화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불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막아 고혈압, 동맥경화, 비만, 당뇨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외국에서도 통조림으로 시판되고 있다. 장어, 굴비는 크고 굵어야 제맛이 나는 어종이다. 7가지 한방재료를 먹여 키운 이 집의 민물장어는 국립수산물관리원과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서 안정성을 인증받았다. 장어구이는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우선 '영산강민물장어'에서 양념구이를 하지 않는 것처럼 두툼한 장어를 아무런 맛을 첨가하지 않고 본연의 구운 맛을 본다. 이어 간장과 물엿과 기본양념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달고 감칠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상추·깻잎을 포개 쌈을 만들어 싸거나 무 쌈, 깻잎 장아찌에 장어를 싸서 먹으면 쌈 야채에 따른 독특한 맛을 볼 수 있다. 장어를 먹을 때는 구운 마늘과 생강을 곁들이는 건 필수. 특히 생각은 살균작용 및 비린내를 잡아준다.


※ 장어덮밥
장어탕과 함께 이 집의 대표적인 점심 메뉴. 살점이 실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운 민물장어와 깻잎, 김가루와 통깨를 듬뿍 밥 위에 얹어 나오는 덮밥이지만 결국 비벼 먹는다.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일본식 덮밥 소스에 칼칼한 맛이 더해져 독특하다. 소스 비법을 묻자 이기형 대표는 웃기만 할 뿐 “알려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 장어탕
장어를 갈아 된장 베이스에 끓여 깻잎을 얹어 큼직한 뚝배기에 담아 나오는 장어탕은 밥을 말아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는 물론 해장에도 그만이다. 장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곱게 갈아 어린이나 여성들도 부담스럽지 않다. 독일에서는 아르수페라는 장어국이 별미로 정평이 나있고 덴마크는 장어찜샌드위치, 영국은 장어젤리를 즐겨먹을 정도로 장어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