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주한미군 현주소 냉철한 비평


<황해문화> 2020년 여름호(통권 107호)가 나왔다. 이번 호는 특집으로 '포스트 냉전 시대, 주한미군을 묻는다'를 다뤘다. 주한미군 문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체제의 재편성이나 대안 모색기의 한국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정영신의 '주한미군과 SOFA체제'는 트럼프가 요구한 6조원의 분담금이란 사실상 분담금이 아니라 현재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전액에 해당하는 액수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미 한국은 70%가 넘는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지를 실증해내는 동시에 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SOFA, 즉 주한미군지위협정의 기원과 역사를 면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정욱식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할까?'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는 1953년 무렵에 있었던 '정전협정-한미상호방위조약-미국의 핵무기 배치'라는 세 가지의 연쇄적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서 이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고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으며 한미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사실을 전제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강미의 '지역사회와 미군기지-평택을 중심으로'는 2007년 한미 양국이 합의하고 2017년 미8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 완료하면서 시작된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평택이라는 지역에 가하는 영향들을 알려준다.

정법모의 '필리핀 미군기지의 어제와 오늘'은 미군기지가 낳고 있는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1992년 수비크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철거함으로써 적지 않은 시사를 주고 있는 필리핀의 사례를 다루었다.

서재정의 '포스트 냉전 시대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군'은 최근 채택된 미국의 국방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격과 의미를 상세하게 분석하는 글이다. 이미 냉전체제 붕괴 이후 미국의 포스트 냉전 전략이 아시아를 향해 선회하고 있었지만, 여기에 미국이 이라크전쟁 등 중동 쪽에 집중하는 동안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의도까지 반영된 것이 바로 인도-태평양전략, 즉 지금까지의 태평양 중심에서 인도양까지 포함하여 폭넓게 중국을 감싸 견제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호 비평란은 지난 시대의 유산들에 대한 '올바른 애도'라는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와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패배를 분석하고 있는 이광일의 21대 총선 관전기인 '애도하지 못하는 자들의 부상과 몰락', 이른바 'n번방 사태'로 불리는 성착취 영상물 유포 범죄사건에 대하여 말 그대로 폭력과 착취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라는 기준에서 전면적인 시각의 조정이 필요함을 역설한 나영의 '일탈과 음란이 아니라 권리를'이 실렸다.

문화비평란 집중특집은 '만화' 부문으로 웹툰 신드롬에 관한 서찬휘, 조경숙, 이재민 등 만화비평가들의 집중비평이 실렸다. 또 테마서평에서는 감염병과 관련해서 간행된 번역서 네 권에 대한 박한선의 '감염병과 인류, 그리고 진화'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촉발된 감염증에 대한 관심에 흥미로운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창작부문에서 박민정 작가의 단편 '하루미, 봄'과 임동확, 박제영, 박세랑 시인의 수준 높은 시작품들이 실렸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