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포 암석 25억년 걸쳐 형성
생물·역사·고고·문화적 중요한 의미

소청도 분바위 달밤 하얀띠 모습
고생도 지구에 산소 공급한 화석들

대청도 옥죽포 국내유일 활동사구

백령도엔 지구 맨틀 구성 감람암
명승지 두무진·콩돌해안·사곶해변

 

▲ 소청도 분바위

 

▲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

 

 

 

▲ 백령도 두무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는 우리의 삶의 기반이며 우리가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것으로 온전하게 다시 전해주어야 할 소중한 장소이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지질공원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와 이를 지탱하는 무생물을 아끼고 사랑하며 영속하도록 노력한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헌장 초안의 전문이다. 지질은 `지각을 구성한 암석과 그 분포와 이들 암석이 지각변동을 받아 굴곡되거나 절단된 지각의 구조 및 지각의 역사'를 일컫는 과학용어다. 한반도 지질은 이웃 중국·일본의 지질에 밀접히 관련돼 있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암석은 약 25억년 전부터 현생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됐다.

 

▲제주와 백령·대청 공통점 `국가지질공원'

지질공원(Geopark)은 뛰어난 경관과 지구과학적 특징, 학술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들을 교육·관광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질공원은 지질학적 특성 이외에 생물·역사·문화·고고 등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 UGG)은 2015년 11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유산, 생물권 보전지역과 함께 공식 프로그램으로 승인됐다. 국내에선 제주도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이후 2012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지질공원(Natinal Geopark)' 제도가 도입됐다. 지질공원은 단순히 지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 즉 주민 중심의 활동이 핵심이다.

현재 국가지질공원으로는 울릉도·독도, 제주도를 비롯해 채석강·적벽강·고창갯벌을 지닌 전북 서해안권 등 12곳이 있다. 두무진과 사곶 해변, 콩돌해안, 옥죽포 해안사구, 분바위와 월띠 등을 품고 있는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은 2019년 7월 인증됐다. 제주도와 청송, 무등산권 국가지질공원은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인증받았고, 한탄강 국가지질공원도 곧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물과 바람, 생명의 흔적 `대청도·소청도'

소청도 `분바위와 월띠'는 천연기념물 제507호로 지정돼 있다. 분바위는 `분'처럼 하얗고, 달이 뜬 밤바다에서 바라보면 하얀 띠처럼 보여 주민들은 `월띠'라고 부른다. 분바위는 대리암으로, 생명체의 흔적인 석회암이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변한 것이다.

분바위 동쪽에는 `스토로마톨라이트'라는 화석이 있다. 이 화석은 고생대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던 남조류들의 화석이다. 이 스토로마톨라이트는 과거 지구의 자전 속도와 태양·달의 고도 등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 소청도가 따뜻한 바다에 있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분바위 곳곳 물웅덩이에는 홍합과 고둥류, 해조류와 해초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활동사구이며 클라이밍 사구이다. `대청도 처녀는 모래를 서말 먹어야 시집간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모래가 많이 날린 대청도에는 방사림(방풍림)이 조성됐다. 방풍림이 생기기 전에는 모래가 산을 넘어 답동까지 덮었다. 옥죽포 해안사구는 방풍림으로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축구장 60여개의 규모를 자랑하며 지금도 모래가 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청도의 또 다른 지질 명소인 농여해변과 미아동 해변에는 지금은 자갈이 많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래도 덮여 있었다. 나이테(고목) 바위는 지층이 구부러진 습공의 윗부분이 풍화작용으로 사라져 수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이 빠지면 백령도 방향으로 풀등이 드러나고, 파도의 세기에 따라 크고 작은 다양한 물결무늬가 생긴다. 절벽으로는 10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물결무늬 연흔이 선명하다. 과거 물과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지구 깊숙한 곳의 흔적 `백령도'

백령도 하늬해변에는 현무암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393호이다. 지구 깊숙한 곳에 있는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인 감람암을 포획하고 있는 현무암이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맨틀까지 시추할 수 없기 때문에 현무암에 포획돼 있는 감람암이 거의 유일하게 맨틀을 연구할 수 있는 암석이다.

또 백령도에는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이 있다. 암석들이 파도에 휩쓸리고 부딪쳐 마모되면서 동글동글한 모양의 콩돌이 됐다. 관광객의 유입으로 지금은 관찰이 쉽지 않지만,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에 의해 비슷한 크기의 콩돌들로 범(berm)이라 부르는 계단식 층이 형성된다. 태풍이나 강한 파도에는 하루아침에 콩돌들이 쓸려나갔다가 차츰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백령도에는 이들 이외에도 명승인 두무진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곶 해변, 용틀임바위 등의 지질 명소가 있다.

백령도 사곶 해변은 스펀지화가 진행되고 있고, 콩돌해안도 콩돌의 유실이 심각하다.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도 방풍림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한반도 지질학 연구의 중심 `황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수재 박사가 작성한 `국가지질공원 인증 추진을 위한 기초 학술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한반도를 구성하는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의 기반암은 18억7000만 년 전에 광역변성을 받은 편마암들로 구성돼 있다. 육괴(陸塊, massif)는 판 구조론에서 단층이나 습곡으로 구분돼 있는 암체(岩體)를 말한다. 주로 선캄브리아기의 지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주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의 화강암들이 관입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는 북중국지괴의 일부로 해석됐으나, 임진강대와 태안층의 퇴적 시기가 밝혀지고 한반도에 존재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암층서의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옹진군 일대 서해도서 지역에서 추가 발견들이 뒤따르고 있어 한반도 지질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해석이 기대된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질조사는 거의 없이 도서별로 부분적인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 대이작도 소이작도 변성암석

▲ 변성암성
▲ 변성암성

인천 앞바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에는 국내 최고령 변성암석이 있다. 서울대학교 지질학 연구팀이 연대 측정한 결과, 후기 시생대인 25억1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시스 저널> 2008년 3월호에 보고됐다.

 

현재 남한에서 이곳말고는 다른 지역의 경기육괴, 영암육괴에서 시생대 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낭림육괴에서도 시생대 암석은 매우 제한적으로 발견되는데, 중국학자들에 의하면 동쪽 연장선에 해당하는 임진강대 일대에서 일부 후기 시생대 암석들이 산출되고 있다.

 


 

소연평도 자철광상, 강철합급 사용 바나듐 함유 주목

▲ 소연평도
▲ 소연평도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얼굴바위가 유명한 소연평도는 원래 지금보다 50m가 높았다고 한다. 소연평도 티탄자철광상은 일제강점기부터 알려졌고, 채광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제트엔진, 공구 등 강철 합금에 사용되는 원자번호 23번 바나듐(V)을 함유하고 있어 지질자원으로 지금도 주목받고 있다.

 

함바나듐 티탄자철석 광상은 소연평도뿐 아니라 볼음도에도 분포한다. 소연평도 북쪽의 검은모래 해변은 자철석의 쇳가루로 인한 것이고, 광해관리사업을 진행했지만 토양은 물론 먹는물이 비소에 오염되기도 했다.

 

인근 옹진반도에는 금·은·연·아연·구리·철광·대리석·규사 등의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옹진광산과 북면광산·해주광산 등의 금·은, 순위도의 규사, 기린도의 대리석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