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이끌어가는 리더를 위한 지침서
▲ 판수즈(樊樹志) 지음, 이화승 옮김, 더봄,292쪽, 1만7000원.

'"왜 정치를 하려는가?" 전제시대에 이 말은 "왜 관직에 나가려 하는가?"의 다른 표현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끝없이 반복했을 질문이다. 지식을 익혀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전향적인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정치 참여에 대해 깊은 고민이 이루어졌다.' (옮긴이의 말 '지식인의 선택과 운명' 287쪽)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명대 문인들의 삶과 운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명나라 300여 년을 살아간 17명 문인들의 이야기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을 얻고 승진하는 것이 현대인의 일이라면, 명(明)대는 천하를 경영하고 국정을 잘 다스려보겠다는 '천하사무'의 원대한 이상을 품고 관직에 오르는 것이 사대부들의 사명이었다.

이렇게 관료제도 속으로 들어간 사대부들은 어떤 운명과 마주쳤을까? 과연 천하사무라는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었을까?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강직하게 살면 당대 권세에 핍박 받고, 뜻을 굽혀 아첨하면 후세에 멸시 당한다"라는 동한(東漢) 시대에 유행하던 동요의 한 구절처럼 명대 사대부들도 기로에 부닥치곤 했다.

명대 300여 년 동안에도 이와 같은 삶을 살다간 사대부들이 끊이지 않았다.

강직하거나 아첨하는 것은 모두 사대부들의 가치관과 도덕적 선택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전통 사대부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목표였다.

즐거움과 환희의 순간보다는 억압과 불편한 현실에 고민하던 이 책에 소개된 17명 명대 문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엿봄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천하사무'라는 큰 뜻은 아니더라도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지은이 판수즈는 1937년 저장성 후저우(浙江 湖州)에서 출생하여 1962년 상하이(上海) 푸단대학(復旦大學)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본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했다. 명청사, 토지관계사, 강남경제사에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

<중국봉건토지 관계발전사(中國封建土地關係發展史)>, <명청강남시진탐미(明淸江南市鎭探微)>, <만력전(萬曆傳)>, <숭정전(崇禎傳)>, <국사개요(國史槪要)>, <만명사(晩明史)>, <국사16강(國史十六講)>, <장거정과만력황제(張居正與萬曆皇帝)> 등을 지었고, <만명사>는 14회 중국 국가 도서상을 수상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