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처음 본 헌혈모습 반해
꾸준히 생명나눔 실천
'피' 부족한 요즘 귀감
동료 100명 동참 이끌어

17살 고등학생 시절, 학교를 찾아온 헌혈차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그의 삶의 방향을 단번에 결정지었다.

헌혈의 집 간호사가 되고자 했던 이관우(28·사진) 소방사는 자신의 장점을 좀 더 살려 2018년 10월 소방공무원이 돼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17살 보았던 강렬한 헌혈 현장의 모습은 자연스레 그를 '헌혈왕'으로 이끌었다.

"헌혈의 집 간호사님들이 혈관을 찾으려고 팔에 고무줄을 묶고 혈관을 찾는 모습이 너무도 멋져 한 눈에 반해버렸죠. '전혈'은 두 달에 한 번 할 수 있고 '혈장'과 '혈소판'은 2주마다 뽑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때마다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지난달 29일 헌혈을 통해 그는 119번째 헌혈을 마쳤다. 119구급대원으로 일하는 그에겐 상징적이고 뜻 깊은 날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헌혈을 하는 사람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이 소방사의 이 같은 선행은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남동소방서 270명 직원 중 현재 100여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주변 분들에게 헌혈을 권유하고 있는데 흔쾌히 하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헌혈 부작용이 있을 거라 지레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많고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헌혈의 집 간호사라는 길을 가진 않았지만 소방관이란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는 이 소방사. 그는 소방관들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앞선 선배 소방관들의 피와 땀의 결실로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까지 지녔다.

"제 동생이 부사관인데 헌혈을 80번 정도 했습니다. 동생도 제 나이가 되면 제가 한 만큼 헌혈을 하게 되겠죠. 저는 주안에서 헌혈을 하는데 자주 가다보니 거기 센터장님이 VIP 대접하듯 대해주셔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몸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코로나로 힘든 이웃들을 위해 모두들 헌혈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