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하안동서 첫발 … '경매제' 처음 도입
현재 광명·시흥테크노밸리로 이전 계획 중



"자동차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입니다. 1990년대 하안동에서 시작한 한국자동차경매장은 새롭게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보이게 될 한국자동차경매장은 단순하게 자동차만 구매하는 곳이 아닙니다. 자동차 구매자와 가족들이 함께 여유를 즐기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자동차 경매'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한 한국자동차경매장 ㈜미래로 이경상(62·사진) 대표의 첫 일성이다. 부드러운 인상의 이 대표는 우리나라 자동차 경매업의 선구자다.

광명시 하안동 광명우체국 사거리 인근에 있던 한국자동차경매장은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을 제외하고 내세울 것 없는 환경에서 광명을 대표하는 산업 역군이었다. 서울 변두리에 있는 광명시는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하안동 자동차매매 단지는 알고 방문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입소문이 났다.

대한민국에 자동차 경매를 도입한 이 대표의 20대 청년 시절은 자동차와 거리가 멀다. 1977년 경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3월 경희대 약대에 입학했다. 1982년 군대를 마치고, 19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 대표는 교육자로 헌신하던 부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1991년 대학원을 휴학하고 귀국했다.

당시 부친은 광명시 하안동에 학교 재단을 건립할 뜻을 세우고 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매입한 하안동 땅은 도시계획에 자동차 관련 업종만 가능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 학교 재단 설립이 불가해지자 부친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이 대표에게 구조 요청을 했고, 1991년 4월부터 광명시 하안동에서 자동차와 인연이 시작됐다.

다음 해인 1992년부터 이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관련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을 벤치마킹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은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1990년대 초 이미 일본에는 경매장이 150여 개가 넘었습니다. 자동차 경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1994년 6월8일 ㈜미래로 한국자동차경매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4차 산업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는 2020년과 이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1990년대 상황의 간극은 매우 크다. 1990년대에 불모지 개척은 더욱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미국 유학 시절부터 도전정신을 갖고 있던 33살의 청년 이경상은 과감히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30여 년간 함께 동고동락한 박근우 전무는 법적 근거가 없던 자동차 매매업이 자동차관리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국회를 쫓아다녔다"면서 "돌아보면 30대 초반 젊은 패기와 열정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1990년대 초 광명시 변두리에 자리 잡았던 하안동 자동차매매단지와 자동차 정비시설 등은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도심의 흉물거리가 됐다. 이 대표는 중고 자동차 매매업, 정비업 등 관계자들과 함께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경기도가 수립한 계획에 따라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로 이전한다. 자동차 관련 산업이 그동안 양적 발전만 했다면 앞으로 새로운 변화와 질적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자동차 시장은 고객 중심이 아니었다. 고객은 원하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상사 50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자동차 단지는 차종별 전시를 통해 고객이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표는 "중고차의 성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고객들의 지적에 따라 '성능보증서'를 필수로 발급하고, 자동차 회전을 빠르게 해 고객과 상사, 경매장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자동차 매매 방식을 광명에서 실현하겠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광명=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