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식당 열고 음식나눔 시작
"베풀며 살라하신 아버지 말씀 실천"
"자장면 나눔은 치유와 힐링입니다."

김호강(42·사진) 중식당 천향 성남 위례·정자점 오너 셰프는 23일 "자장면 한 그릇이 어려운 이들에게 적으나마 위안이 되고 마음의 약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자장면 한 그릇 쉽게 먹기 힘든 이들이 많다"면서 "그래서 자장면 나눔을 기쁜 마음으로 더 많이 더 크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2012년 중식 셰프가 된다. 그 뒤 그는 2015년 중식당의 문을 열고 자장면 나눔을 시작한다. 매년 위례사회복지관과 경로당 어르신 1만여 명에게 자장면을 나눠 주고 있다. 김 셰프와 직원들이 미리 자장소스를 만든 뒤 노인복지관을 찾아가 면을 삶아 배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학 때 우연히 중국 요리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유에 따라 배우게 됐습니다. 재미있고 적성도 맞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장면이 먹고 싶어 가게 앞을 기웃거리는 한부모가정 어린이와 홀몸 어르신에게 대접한 것이 나눔의 계기가 됐어요. 또 아버지께서 '네가 버는 만큼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며 살아라'라고 하셨어요. 이 말씀을 숙제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자장면 나눔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며 귀띔했다.

"두 볼에 소스를 잔뜩 묻히고 자장면을 먹는 아이의 모습과 한 어르신이 맛있게 먹었으니 전단이라도 돌려주겠다고 하신 말이 기억 속에 있습니다. 이런 표정과 말이 제 가슴 깊이 전이돼 지금도 가끔 떠올라 미소 짓게 만듭니다."

그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요리를 한다고 한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김 셰프는 대부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통과한 재료를 쓰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장면 나눔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자장면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국민들이 연대하고 노력한다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어르신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장면 나눔을 보육원생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웃 등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까지는 복지관 어르신 위주로 자장면을 나누고 있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약간의 보조금만 들고 세상 밖으로 나오잖아요. 그들 가운데 중식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요리를 가르쳐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보육원생과 사회를 잇는 다리 같은 역할도 할 생각입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