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만큼은 나이들지 않는 '망백의 천사'

 

▲ 고인순(91) 할머니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달한 성금과 마스크 11장. /사진제공=인천 부평구


인천의 한 90세 할머니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라며 자녀들이 생일 선물로 준 용돈 50만원을 부평구에 전달해 훈훈함을 안겼다.

18일 부평구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인순(91·사진) 할머니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성금과 마스크 11장을 기탁했다.

고인순 할머니는 "자식들이 쓰라고 준 용돈과 마스크인데 별로 쓸 일이 없다"며 "알아서 좋은 일에 써 달라"고 직원에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그를 알고 있었다.

수년째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해 달라며 부평1동 등 지역사회에 선물해 온 '기부천사'였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나이는 92세, 호적상으로는 1930년생이었다.

할머니의 양해를 얻은 부평1동 직원들은 지난 17일 부평1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아가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 할머니가 기부한 성금은 자녀들로부터 받은 용돈이었다. 지난달 28일이 고 할머니의 생일이었다.

4남매의 자식들은 망백을 맞은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용돈 50만원을 드렸다. 마스크도 딸이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챙겨 준 선물이었다.

고 할머니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92년부터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갔다.

처음에는 성당 건립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보니 어느새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류영기 부평1동장은 "할머니는 성금 외에도 된장과 간장을 대구에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음식이라는 특성이 있어 실제 전하진 못했다"며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꼭 필요한 분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전달받은 기부금과 마스크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지정기탁 처리하고, 고 할머니의 뜻을 담아 어려운 이웃에게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