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었던 할아버지 영향받아 도전
시험 3번만에 '보건직' 합격…올초 발령

"일단 실수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공무원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년여 동안의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치른 끝에 합격한 뒤 첫 발령을 받아 사회 첫발을 디딘 새내기 공직자 오승미(29·사진)씨의 공직 자세는 소박하다.

시쳇말로 인사기록부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지방보건직 서기시보인 오씨는 1월20일 광주시 식품위생과로 발령을 받았다. 오전 7시50분쯤에 출근하는 오씨는 선배들로부터 복잡한 실무를 배우면서 눈코 뜰 새가 없이 하루를 보낸다.

"제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민원인들이 정신적·재산적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업무에 조심조심 또 조심하고 있어요."

사명감, 소명의식, 봉사정신, 희생정신, 애향심 등이 충만해야만 한다는 거창한 공무원의 정신자세보다 현실적인 자세로 초보 공직생활에 임하고 있다는 그로부터 요즘 청년들의 취업난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천시 부발읍이 고향인 오씨는 이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 생활을 서울에서 했다. 대가족으로 사는 오씨는 당뇨병으로 시달린 할아버지의 식단을 관리하던 그의 어머니를 보고 식품 영양학을 전공하게 됐고 대학교 4년 때 기업의 영양사로 취업했다. 1년간 대기업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직장 내 한계를 느끼게 돼 퇴직하게 됐다.

"대학 동기생들도 취업이 잘 안 되고, 자기가 원하던 직장을 얻을 수 없어 취업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불안하더라고요. 그땐 친구들도 안 만날 정도였어요."

취업을 포기할 즈음, 어렸을 때 공무원이었던 할아버지의 주민들에게 봉사하던 모습이 떠오른 오씨는 공무원에 도전했다.

배수의 진을 치고 공무원 공부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때가 2017년. 멋을 내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한 오씨는 집과 도서관에서 공부에 몰입했다. 그러나 2017년 1차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지만 낙방했고, 2018년도에도 응시했으나 또다시 불합격이었다.

"두 번이나 떨어지니깐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가족들에게까지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고, 우울증에도 시달렸어요. 상대적 박탈감으로 피해의식도 생기기도 했어요."

2년여 동안 2차례 공무원 시험 불합격에서 오는 신경쇠약으로 시험을 포기하려던 그는 2019년 8월 2년6개월 만에 광주시 보건직에 드디어 합격했다. 그리고 올 초 신입 공무원으로 발령받았다.

"이번 달에 첫 봉급을 타면 그동안 묵묵히 저를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보답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봄의 희망과 기대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올해 3월,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딘 오씨의 밝은 미소에서 또다시 찾아올 희망의 봄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광주=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