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기회 확대 치우쳐 '역량 강화' 뒷전
차별없는 환경조성·장기지원도 중요


"더 많은 발달장애인에게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예술하는 발달장애인의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발달장애 작가 보호자들이 설립한 사단법인 '로아트(RAWART)'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혜(36·사진) 기획팀장은 "발달장애 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발달장애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팀장은 "'예술'이라고 하면 '배부른 소리'로 통하는 동시에 복지 분야에서 볼 때 장애인 예술은 많은 사람에게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발달장애 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의미를 강하게 부여했다.

또 "발달장애인 자체가 소수인 데다 예술하는 발달장애인은 더 적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이나 제도는 예술이라는 속성을 아주 요긴한 처방전인 양 쓰고 버리기 일쑤다"며 "이는 예술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 지원으로 어떤 효과를 보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수를 향할 때 소수의 혜택 전유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집중돼야 할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권에 제안했다. 이어 "발달장애 작가 창작 지원은 아직도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며 "앞서 언급한 것에 역설되지만 예술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갖지 않을 때 예술은 사회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법인으로 출범한 로아트는 발달장애 예술인의 예술활동과 삶의 지원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재정자립을 통한 체계적인 운영을 목표로 한다. 군포시 대야미역 인근에 창작공간 '대야미 스튜디오'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현재 발달장애 작가 10여명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신생 법인임에도 지난해 각종 행사 진행으로 쉴틈이 없었다. 이 팀장은 '예술이라는 하천의 조약돌'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조약돌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자세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독일 뮌스터에 위치한 쿤스트하우스 카넨에서 열린 국제 아웃사이더 아트 포럼에 초청받아 참여했다. 대야미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유명 큐레이터와 미술관 관계자들 앞에서 소개하는 자리다. 이 팀장은 '환대와 되돌아옴의 예술- 3년간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김소원과 오승식의 작품을 소개했다. 국내 아웃사이더 아트의 국제 활동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6월에는 로아트 대표 작가 8명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색 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문화권리를 누리고, 이들의 예술 언어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에 전시 '행궁도화서-그리하라'로 참여했다. 군포문화재단이 진행한 공공예술프로젝트 '공공연-한 육교'에서 전시 '육교에서'로 지역주민에게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일도 있다.

이 팀장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지점을 만들어내는, 실험적인 태도로 매진하며 오랜 시간 일구어내는 결과물의 더미와 함께 사회 속에서 예술가로서 활동하며 건강한 시민으로 바로 서는 것이 로아트가 추구하는 작가 지원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자유로울 수 있게 해야 함은 물론 그들의 예술 언어를 존중하고 담론의 지점을 형성해 가면서 작품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