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었던 관음, 한국서 여성된 까닭
▲ 김신명숙 지음, 이프북스, 336쪽, 1만5000원

"관음은 관세음(觀世音)의 줄임말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아발로키테 스바라(Avalokite Svara)인데 관세음 혹은 관자재(觀自在)로 번역되었다. 관세음은 "음성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이 보살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는 글 34쪽)

"관세음보살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트랜스젠더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신의 성별을 문제 삼는다. 신의 성별은 세계적으로 남성적 신성이 문제로 부각되고, 신성의 젠더균형이 이슈가 되면서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주제다. 지은이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최초로 탐색해 나간다.

제1부에서는 흥미로운 관음의 성에 대해 소개한다. 인도에서 남성이었던 관음은 중국에 들어와 여성으로 변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도 유사하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여성화된 관음은 미국으로 건너가 20세기 후반에 다시 변화를 겪었다. 그들의 문화적 변동 속에서 여신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여신관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적 관음과 질적으로 다르다.

제2부에서는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불교 전래 이후 현재까지 통시적으로 고찰한다. 관음이 여성화된 저변에는 여신이 중심에 있던 토착신앙이 자리하므로 우선 고대 한국의 여신신앙에 대해 소개했다. 여신신앙의 내용과 상징들, 중요한 여신들과 여사제 전통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제3부에서는 한국관음의 유일한 본생담(本生譚)인〈안락국태자경>과 석굴암의 관련성을 밝히고,〈안락국태자경>의 주인공 중 하나인 사라수왕을 원효와 비교했다. 월인석보에 한글로 실린 <안락국태자경>에 전생이 소개된 불보살·나한들과 석굴암에 모셔진 불보살·나한상들이 거의 일치하는 점은 <안락국태자경>이 석굴암 불보살상들을 근거로 창작됐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안락국태자경>에서 원앙부인의 남편이자 아미타불의 전생으로 등장하는 사라수왕은 원효를 모델로 창작된 인물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고 석굴암 본존불은 원효불이고 석굴암의 십일면관음은 요석공주라고 할 수 있다.

4부에서는 한국 여성관음의 미래적 가치를 논했다. 불교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평등한 변화를 위해 기대되는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수행을 위해 단순히 여성인 관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적 맥락의 '여신관음'으로 거듭 태어날 필요를 주장했다.

한국여신의 계보에서 관음이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하다. 불교가 한국의 지배적 종교가 되면서 토착여신들이 그녀에게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음은 한국여신들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고 숭배되는 여신일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러한 관음의 특성과 현실은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신으로서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든다. 현대 한국여성들 혹은 한국사회와 관음의 관계를 불교의 보살이라는 경계를 넘어 한국의 여신으로서 관음을 재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