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팥! 터져나온 달콤함

 

[대표는 인하대 산증인, 실장은 팥빙수 달인]

"가게 이름 '팥지콩지'에는 '팥을 알고 콩을 알고'라는 '팥지(知)콩지(知)' 뜻이 담겨있어요. 2012년 인하대에서 정년 퇴직후 2013년 7월에 현재는 작업실로 쓰이는 옆건물에서 3평짜리 가게로 테이블 두개 놓고 시작해서 2017년에 지금의 자리로 넓혀 이전했어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후문삼거리에 있는 팥빙수, 팥죽, 팥칼국수, 콩빈대떡 등 팥과 콩음식 전문점 '팥지콩지'의 이재철 대표는 인하대에서 교직원으로 30년 넘게 근무한 산증인이다.

자원공학과 71학번으로 인하대가 종합대로 승격하기 전 마지막 '인하공대'에 입학했다. 75년 ROTC 13기로 임관, 2년4개월동안 군 복무를 마친 뒤 수학 선생과 부동산 등 이런저런 사업을 거쳐 79년 1월부터 인하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학생처에서 주로 일했지만 학적과와 예비군 연대 대대장, 재정계장, 전산소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역대 총장부터 교수, 운동권 학생, 청소아줌마까지 인하대를 거친 사람들은 대부분 이 대표와 크고작은 인연이 있다. 학생처 근무시절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포장마차와 세차장 알바자리를 만들어주며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한 일화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80~90년대에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에 학생들의 시위를 말려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당시에는 서로 '선을 지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전산소에 있을 때는 정보통신센터와 어학원을 개설했고 학적과에서는 학점제를 4.3점 만점에서 4.5점으로 바꾸는 등 학교 발전에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와 '팥지콩지'의 모든 음식과 맛을 만들어내며 '팥빙수의 달인'에 오른 김귀녀 실장과의 만남은 인하대어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실장은 한·중·일·영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 인재에요. 인하대 어학원을 2006년에 만들었는데 중국 유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을 당시 중국에서 지퍼회사를 운영하고 무역업을 하던 김 실장을 모셔와 일을 맡기면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지요."

김 실장은 어학원에서 상사로 만난 이 대표가 퇴직을 하면서 음식점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고민에 빠졌다. 평소 밥 한그릇 직접 해본 적이 없고 설거지조차 안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이 대표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왕 할거면 나만의 음식을 직접 만들자'고 나름 원칙을 세웠어요. 제가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전라도분들이라 어릴 때 먹던 팥죽과 팥칼국수가 생각이 나서 팥음식을 하게 됐어요."

팥음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 실장은 1년동안 전국의 유명한 팥죽, 팥칼국수 집을 찾아 다녔다. 또 음식은 만드는 정성도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가 우선이라고 믿는 김 실장은 팥과 콩은 일본에서도 인정한 강원도 홍천의 재배농가에서 1년에 80㎏짜리 17가마를 직접 가져온다.

"맛을 내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팥은 다루기가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자고 다짐한 이상 제가 해야죠. 팥을 삶는 것도 세차례에 걸쳐 압력솥과 찜통을 옮겨가며 5시간을 삶아요. 또 단맛도 설탕이 아닌 무와 꿀을 두 번이상 2~3시간 끓여 사용하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지요. 고명으로 쓰는 떡과 사과조림도 제손으로 일일이 직접 반죽하고 졸이는데 모든 음식 재료는 3일에 한번씩 만들어요. 제가 '달인'에 오른 것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직접 만들어 인위적인 맛이 아닌 은은하면서 본연의 맛을 내는 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팥지콩지'는 인하대 학생들 강의가 적은 금요일에는 쉰다. 032-873-3222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본연의 맛 '그 집'의 추천메뉴]

 

 

▲ 팥빙수
▲ 팥빙수

●팥빙수
김귀녀 실장을 '달인'으로 인정한 '팥지콩지'의 시그니처 메뉴. 옛날식으로 직접 만드는 이집의 팥빙수는 다섯가지의 비법이 들어가는데 첫째, 팥알이 살아있게 팥을 삶아주고 둘째, 무와 꿀을 함께 삶아 꿀의 달콤함과 무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은은하고 깔끔한 천연의 단맛을 낸다. 셋째, 껍질 벗긴 사과와 유자청을 졸인 과일조림과 넷째, 강화도 찹쌀 가루로 반죽한 경단과 코코넛을 갈아낸 가루를 수분을 날리며 볶은 코코넛 고물, 마지막으로 개운한 향과 팥을 먹은 뒤 더부룩함을 잡아서 소화 촉진을 돕는 생강을 갈아서 조금 넣는다. 우유에 곱게 갈은 얼음, 팥, 과일조림, 코코넛 고물을 입힌 경단을 얹은 뒤 푹푹 비벼 먹으면 과하게 달지 않은 깔끔한 뒷맛과 입안에서 기분좋게 터지는 팥알의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새알팥죽
▲ 새알팥죽

●새알팥죽·단팥죽
새알팥죽은 전라도식 동지팥죽으로 찹쌀옹심이만 들어간 팥죽. '팥지콩지'는 오로지 팥앙금만으로 끓이고 다른 가루를 전혀 넣지 않는다. 단팥죽은 앙금을 내지 않고 통팥으로 끓여 간식으로 먹기 좋다. 찹쌀 조청으로 담백하게 단맛을 내고 홍천팥 특유의 구수한 팥향과 깊고 진한 맛을 내고 통팥 알갱이를 씹는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부드럽게 퍼지는 맛을 자랑한다.

 

 

▲ 팥칼국수
▲ 팥칼국수

●팥칼국수
예로부터 음력 6월 삼복더위에 보양식을 먹고 복달임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풍속이다. 전라도에서는 복달임뿐만 아니라 모내기 철 새참으로 팥칼국수를 먹고 기력을 보충할 정도로 팥은 영양이 풍부하고 탁월한 이뇨작용으로 독소배출의 효과가 있다. 임산부에도 좋고 어린이나 노인들이 기력이 쇠했을 때 팥죽을 끓여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말이 전해진다.

 

 

 

▲ 콩빈대떡
▲ 콩빈대떡

●콩빈대떡
녹두 대신 삶은 밤맛이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토종콩인 밤콩을 갈아넣고 찹쌀가루를 약간 넣는다. 밀가루 전분 등 다른 가루는 쓰지 않고 밤콩으로만 반죽해서 부서지기 쉽지만 숟가락에 올려 김치와 함께 먹으면 좋다. 고소한 냄새에 씹을 때 느껴지는 달달한 맛에 또 한번 놀라는 매력이 있다. 이집의 김치는 전라도식으로 새우젓과 멸치 액젓으로 담아 모든 음식과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콩빈대떡과 함께 콩국수, 찹쌀모찌, 메밀소바도 계절 상관없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최근 정월 대보름을 전후로 개발한 신메뉴 오곡밥을 내놓고 있다.

 



[캔들 동화 노희정 작가가 찾은 '팥지콩지']


"초 인형에 힐링푸드 이야기도 입혀볼게요"

 

▲ '캔들 스토리텔러' 1호 작가로 유튜브 채널 '빨간고무신의 캔들 동화'를 운영하고 있는 노희정 작가가 팥음식 전문점 '팥지콩지'를 찾았다.
▲ '캔들 스토리텔러' 1호 작가로 유튜브 채널 '빨간고무신의 캔들 동화'를 운영하고 있는 노희정 작가가 팥음식 전문점 '팥지콩지'를 찾았다.

 



"상상만 하세요. '캔들 동화'에서는 꿈꾸면 뭐든 가능해요."

유튜브 채널 '빨간고무신의 캔들 동화'를 운영하며 세계 최초의 '캔들 스토리텔러'라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스스로 '1호 작가'가 되어 영상을 올리고 책도 발간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노희정 작가가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팥빙수, 팥죽, 팥칼국수 전문점 '팥지콩지'를 찾아 초와 팥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캔들을 태우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캔들 스토리텔링'이라는 신장르를 만들었어요. 신개념의 다양한 캔들 콘텐츠에 스토리를 입힌 업그레이드 버전이죠."

노 작가가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빨간고무신'의 '신'도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고무신이 한짝 한짝 모여 꽃이 된다는 뜻과 함께 하느님, 부처님 등 '신(神)'의 개념도 담겨 있다.

"지난해 발간한 <상상입은 초능력 캔들 어른동화> 제목도 초능력의 '초'는 능력이 있는 캔들이에요. 누구나 상상하는대로 우주선이나 아기천사가 되고 또는 궁전이나 호텔이 되기도 하지요. 빨간고무신의 '신'과 초능력의 '초'가 연계되어 있는 셈이지요. 어른동화인데 글이 별로 없고 그림 위주여서 아이들도 재미있게 보고 좋아해요."

인천 토박이로 신명여고를 졸업한 노 작가가 캔들과 인연을 맺기까지는 오랜기간 끊임없는 도전과 시행착오를 겪고 수많은 멘토를 찾아다니며 배우고 익힌 뒤 얻은 결과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스타메케팅, 브랜드마케팅, 상품기획 MD 등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뒤 관심이 많았던 일본문화를 배우기 위해 2년동안 유학을 갔어요. JLPT 일본어능력시험에 합격하고 패션 관련 사업을 하며 쿠팡이나 위메프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제법 많은 수입도 올렸지만 저만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 캔들을 배워 '캔들 아티스트'가 됐어요."

제물포스마트타운 입주기업이면서 주안역 인근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노 작가의 캔들 작업은 일반적인 양초만들기 방식이 아닌 인형을 만들 듯 인물 또는 사물의 캐릭터를 상상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캔들영상동화와 교육콘텐츠 등으로 창업한 뒤 독특한 기획력을 인정받아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2018창업오디션 장려상을 비롯, 인천콘텐츠코리아랩에서 상상콘랩워크숍 최우수상, 팝곤어워즈 우수상, 2019인천문화콘텐츠콘테스트 우수상과 올해 전국벤처기업협의회 회장상을 수상하고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아이디어사업화 업체로 선정됐다.

"최근에 기업 출강과 개인클래스 강의를 하면서 일주일을 요일별로 나눠 하루는 캔들 만들기만 하고, 하루는 촬영, 다음날은 영상 편집 등을 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클래스의 주요 고객층인 30~40대 여성들이 캔들 체험을 해보고 '아이들과 같이 하면 너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해서 엄마와 딸, 연인,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노 작가는 '1호 작가'인 자신에 이어 2호, 3호 작가가 나오고 엄마작가, 짝꿍작가 등 다양하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면 '캔들 스토리텔러 협회'를 만들어 지역, 기관, 학교, 기업과 연계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저의 '캔들 동화'는 초 인형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히면서 힐링이 되는 작업이에요. '팥지콩지'의 팥음식도 몸의 보양은 물론 '힐링 음식'이라고 들었어요. '팥지콩지' 스토리로 '캔들 동화' 작품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