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사태 때 안타까움
오랜 노력 끝에 '음압 설비' 성공
"환자들 안심하는 모습보면 뿌듯"

"감염병에 대한 빈틈없는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병원과 보건소에 설치한 음압설비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안심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압설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내·외부 공기 흐름을 차단해 제2차 감염을 방지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음압설비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이 있다. 모두가 중요성을 몰랐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 뚝심 하나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민영인(62·사진)씨다.

민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병원과 보건소에 음압설비를 시공한 신우씨앤씨 대표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할 때 공기 속에 묻는 병원균을 살균 처리하는 시설이다.

민 대표가 음압설비의 필요성을 제안한 계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발생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의료진 감염도 잇달아 발생했지만, 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은 미비했다.

30년 전부터 병원 등에 클린룸(먼지가 없는 방) 설치를 전문으로 했던 그는 이런 모습이 안타까웠다. 문득 병원균 확산을 막는 특수 설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밤새도록 연구에 매진했고 전문가를 수시로 만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음압설비에 대한 지식이 기초적인 수준이어서 필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는 병원과 보건소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중요성을 설명했다.

생소해서 또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관계자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원 등 도내 지자체 10여 곳에서 의견을 귀담아듣고 음압시설을 갖췄다.

민 대표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감염병 의심환자의 확진 여부를 검사할 선별진료소에도 음압설비가 필요하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랜 노력 끝에 '이동형 음압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이 장치는 양주시에 배치돼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 천막으로 만든 다른 곳과 차이가 난다.

그는 보건소 공공장소 등에 음압설비가 갖춰지면 대형 감염병 사태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 대표는 "감염병은 미리 준비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하지만 지역 보건소 등의 설치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며 "감염병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는 음압설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수의 환자 발생으로 인한 병상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체육관 등 대형 공공시설에도 음압설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