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르 융합·무한 세상 창조 가능

완성도 높여 세계 미술시장 도전 목표



"VR(가상현실)아트가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재혁(27·사진) 한국VR아트연구소 대표는 14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팝아트나 미디어아트도 처음 등장했을 때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 "팝아트처럼 VR아트도 예술의 한 갈래를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세대 VR아티스트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VR을 만난 뒤 충격과 경이로움에 빠져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VR아트는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예술 행위를 말한다.

"대학 때 순수예술 작가를 꿈꿨습니다. 구글이 개발한 '틸트 브러시'(tiltbrush.com·가상 현실 3D 공간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VR게임)를 만나게 되면서 그 고민은 멈췄습니다. VR 공연이 처음 등장한 2017년부터 하루 7시간 이상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를 머리에 쓰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그 뒤 유튜브에 VR아트 작품을 띄웠다. 이 영상을 본 한 축제 담당자는 그를 공연에 초청했다. 그는 이를 시작으로 VR아트 공연과 온라인 전시 등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VR아트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VR아트는 공간 제약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조소는 재료나 공간의 제약이 뒤따릅니다. VR은 작품의 규모를 줄이고 키울 수 있고, 그리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요. 작가의 의도대로 무한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셈이죠."

그의 대표작 '영원한 보석'과 '평화의 소녀상', '명량해전', '귀주대첩' 등은 관객들로부터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원한 보석'은 VR아트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융합한 작품입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역사적 아픔과 우리가 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보면 됩니다. 역사성 짙은 '명량해전', '귀주대첩' 등도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그는 VR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호관찰소 청소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지난해 모 사단법인의 요청으로 몰입형 가상현실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미술 치료사들이 보호관찰소 청소년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습니다. 가상현실이 인간의 심리치료에도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VR아트는 가상현실 기술에 예술(미술)을 결합한 융합콘텐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했다. "VR아트는 음악, 무용, 연극 등 어떤 장르와도 융합이 가능해요. 3D프린터로 가상현실을 현실로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그는 VR아트는 개척해야 할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해 내겠다고 했다.

"한국의 VR아트는 아직 퍼포먼스에 가깝습니다. 첫발을 내디딘 단계에 있습니다. 작품 제작과 공연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요."

이 대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세계미술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고 했다.

"작품성 높은 VR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갤러리에 전시하고 공연하면서 관객과 쉼 없이 만나겠습니다. 세계 미술시장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