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곰나루 전설·우정 그린 동화
▲ 글·그림 최영희, 영어번역 이재진, 맑은샘, 128쪽, 1만2000원
"금강의 한 언저리에는 곰나루가 있다. 곰나루에는 슬픈 곰의 전설이 서려 있다. 산속에 살던 곰이 뱃사공 청년을 흠모하여 결혼하게 되었고 아이를 두 명 낳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뱃사공이 몰래 도망가자 절규하고 슬퍼하다 강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는 애절한 사연이 전해진다. 곰의 사랑도 곰의 절규도 금강을 타고 흘러갔다. 고요한 강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곡차곡 잠겨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꺼내서 하나씩 꿰어 보는 일은 흥미롭다."(프롤로그 3쪽)

시인이며 칼럼니스트인 지은이 최영희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이 책은 충남 공주시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곰나루를 배경으로 한 훈이와 명이의 가슴 따뜻한 우정을 그린 동화이다.

엄마아빠가 없는 명이와 그런 명이를 누구보다 이해하며 챙겨주는 훈이, 그리고 곰이 처녀가 되어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곰나루의 슬픈 전설이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우정과 배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명이는 단짝 친구인 훈이와 최고의 놀이터인 곰나루 모래밭에서 그림을 그리기로 하는데 명이는 자신을 낳은지 5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엄마를 눈물 흘리는 선녀로 그린다.
집으로 돌아온 명이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맛있는 돈가스를 먹으며 훈이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는 곰나루의 슬픈 전설을 들려준다.

훈이네 뒤뜰에는 30년도 넘은 큰 대추나무가 있었는데 어느날 벼락을 맞고 타버린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벽조목'이라 불리며 약재로 쓰이거나 장식품이나 도장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귀한 나무가 됐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목공에게 팔린다.

목공은 대추나무로 목탁을 만들고 훈이 아빠 도장도 새겨주는데 훈이는 아빠가 없는 명이가 떠올라 명이 도장도 새겨달라고 하고 목공은 '밝을 명(明)', '기쁠 이(怡)'를 새긴 도장을 만들어 훈이에게 건네고 떠난다. 대추나무 도장을 계기로 할머니가 안계신 훈이네랑 아빠가 없는 명이네랑 한가족이 됐고 명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기도한다.

최영희 작가는 "곰나루 전설을 동화로 쓰면서 애잔함이 밀려왔다"며 "묻혀 있던 곰의 슬픈 사랑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곰의 슬픔이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승천할 것만 같아 한편으로는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 책은 영어를 일찍 배우는 아이들과 외국 사람들을 위해 영어로 번역한 점이 특징이다. 최 작가는 그동안 <또 다른 시작>과 <꽃잎이 지네> 등 두권의 시집을 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