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70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진상규명·명예회복에 필요" 증언 채록
백서 발간 예정 … 통일·평화교육도 활발


"한국 전쟁과 이념에 의한 희생으로 오랜 기간 동안 억울한 세월을 감내한 유족들에게 참배의 공간인 추모공원을 양섬지역에 조성해 여주시민과 미래 세대들의 평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여주시 유족회 정병두(78·사진) 회장의 새해 2020년 소망이다.

여주시 유족회는 2006년 박치용, 최견식, 박영환 등 3명의 유족이 '진실화해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신청으로 활동을 시작해 유족 100여명의 참여로 2013년에 정식으로 결성됐다.

하지만 지금은 75여명이 활동하며 이마저 80세가 넘는 고령자가 대부분으로 회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진실화해과거사 정리위원회는 7차 보고서를 통해 여주지역에 최소 98명의 민간인이 적법한 절차 없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했고 그 후 유족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정 회장은 "정확한 자료나 근거는 없지만, 증언을 통해 여주지역에는 2000여명의 민간인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희생이 있었던 양섬에서 지난 10월에 위령비 제막식을 개최하는 등 5년째 합동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며 "통한의 70년을 정부와 사회는 외면했고 유족들은 행여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숨기고 살았지만, 이제는 말해야 하고, 기억하고, 또 기록해야 한다"고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여주시 유족회는 학생들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통일의 필요성 등 통일·평화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전쟁 전후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증언 채록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북내, 대신, 흥천, 금사, 산북지역 74명의 증언을 녹취·채록했으며 나머지 중앙동, 여흥동, 오학동 및 가남, 점동, 능서, 강천면 지역은 내년에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채록사업은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중요하며 내년에 마무리되면 최종 백서도 발간할 예정이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채록 사업은 유족 및 희생자가 고령으로 기록화된 증거 전승이 필요하고, 사실의 자연적 희석, 소멸의 가속화로 구술 채록이 시급하다"며 "전체적인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주시 유족회는 부모·형제가 눈앞에서 총탄에 죽음을 맞고, 밤사이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유족들을 위해 앞으로도 민간인 희생자 희생지 발굴사업과 미신고 유족발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역사적 증언과 채록을 많이 확보해 비극의 역사를 기록해 미래세대의 평화교육의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끝으로 "여주시와 여주시의회는 조례로 지원하는 등 민간인 희생에 대한 여주지역사회의 관심이 타지역보다 높아 공동체로서 평화를 지향하는 연대의 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며 "앞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주=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