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부모들도 쉴 곳이 필요해요"

사고로 장애입은 아들 돌보며 송산면서 카페 '더 미소' 운영
도자기공방 등 쉼터 인기명소



화성시 송산면에서 아들을 재활하며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가 장애인들을 위한 쉼터도 함께 운영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송산면 고포리에서 '더 미소'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김창준(57)·박미희(53)씨 부부. 부부는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언어장애와 척추 장애를 가진 아들 김재원(28)씨를 돌보며 살고 있다.

부부는 "재원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이지만 그 생각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6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화성 송산면 고포리로 온 부부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에게 쉼터를 만들어주자는 계획을 갖고 건물을 지었다.

김씨 부부는 "50대가 되고 보니 장애아를 돌보는 제 나이의 부모들이 쉴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쉼터를 생각했다"며 "건물을 짓다 보니 경치가 너무 좋았고 그 순간 '카페를 운영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명 '미소 짓는 아이'에서 영감을 얻어 부부의 카페도 '더 미소'로 지었다. 1층은 장애아를 위한 도자기 공방으로, 2층은 장애아 부모가 쉬어갈 수 있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박미희씨는 '더 미소'를 운영하기 위해 도예 자격증을 땄다. 김창준씨도 회사생활을 접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카페는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더 찾는 명소가 됐다.

재원씨는 최근에 병원 측 설명과 달리 상태가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아들을 지켜보면서 부부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알게 됐고,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사고 후 전신 마비로 재원이 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혀가 움직일까 싶어서 갓난아기 수유하듯이 매일 젖을 빨렸는데, 몇 년 전 어느 날 굳혀있던 혀가 입 밖으로 조금 나왔고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박씨는 그날을 회상했다.

특수치료만 받다 유치원 들어갔을 때도 기뻤고 사고로 인해 일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행복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미희씨는 "힘든 일임은 틀림없지만, 생각을 바꿔 살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화성=이상필 기자 splee100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