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살아온 내가 자랑스럽다"
34년간 공직 … 시민·동료 안전 수호 헌신
정년까지 남은 기간 훌륭한 후배양성 '꿈'
 

"영웅소방관 표창을 받는다는 것은 소방관으로서는 최고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독도에서 불의의 사고로 먼저 가신 진짜 영웅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11일 소방청이 주관한 2019년 영웅소방관 시상식에서 영웅소방관으로 선정돼 소방청장 표창을 받은 용인소방서 정종문(58·포곡119 안전센터장·사진) 소방경의 소감이다.

정씨는 지난 3월 수지구 롯데몰 화재에서 신속한 상황 판단으로 인명 대피를 유도해 5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대형화재임에도 큰 인명피해 없이 화재 상황을 종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영웅소방관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정씨는 평소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정통 소방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씨는 또 각종 화재, 구조, 구급활동에 적극 나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고 현장 출동 시 지휘관으로서 동료들의 안전 확보에도 앞장서 칭송이 자자하다.

정씨가 공직에 입문한 때는 1987년부터다. 당시 공무원 출신인 선친(작고)의 유지에 따라 농수산부에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던 정씨는 1990년 소방관과 인연을 맺게 된다. 비교적 활달한 성격이었던 그는 봉사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보고 전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정씨는 수원소방서를 시작으로 군포·오산소방서 등지에서 화재진압과 상황요원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2019년 1월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꽃메교차로 29중 추돌사고 당시에는 남다른 기지로 1t 화물차 운전자 1명을 구조했고, 경찰과 함께 신속히 사고 현장을 수습해 2차 사고 예방에도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정씨는 2002년 소방행정 발전유공자로 선정돼 행자부 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소방의 날 도지사 표창도 3차례나 수상하기도 했다.

베테랑 소방관 정씨에게도 잊지 못하는 악몽 같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한다. 1995년 용인의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화재 사건이다. 당시 수원소방서에 근무했던 정씨는 화재 발생 사건이 접수되자 즉각 출동,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던 꽃다운 10대 소녀 3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고 말았다. 그 후 정씨는 수년간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건물 속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소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당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구조했더라면 1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밀려들곤 합니다." 정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정씨는 올해로 공직생활 34년째다. 그동안 과거를 회상하면 힘들어 떠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나름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아 아직도 소방관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온몸에 화상 등 흉터가 다양하다. 대부분 화재진압 시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 진화활동과 구조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요즘 정씨는 바쁘다. 1년6개월 후에는 정년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남은 것도 없고 준비된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남은 기간이라도 후배들을 잘 지도해 훌륭한 소방관으로 양성하는데 일조할 계획이란다.

지금까지 소방관으로 살아온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정종문 소방경. 밤낮으로 오로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정 소방경은 진정한 영웅소방관으로 후배 소방관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용인=김종성 기자 j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