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이 비행기 안에서 한국인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호송·수사하는 과정에서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을 펼쳐 구설에 올랐다.

성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로서 해외 고위공직자를 '성범죄 피의자'로만 보고 수사를 해야 함에도 외교적으로 '높으신 분'이란 인식에 사로잡혀 쓸데없는데 경찰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6일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도르지 소장은 전달 31일 오후 8시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여승무원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튿날인 1일 1차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몽골행 비행기로 갈아타고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른 아침 입국한 도르지 소장을 체포하고서도 언론엔 그의 신변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철통같은 보안 속에 호송 작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10시35분쯤 인천경찰청에 도착한 뒤에도 본래 성범죄 사건 조사실이 아닌 청사 5층 '보안구역'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연막을 치기도 했다.

경찰이 성범죄 혐의가 짙은 몽골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시종일관 과잉보호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기자들은 이상로 인천경찰청장을 찾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한 몽골대사관 측에서 도르지 소장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외교적 분쟁과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을 고려해 그를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