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꾸러미를 양쪽으로 묶어 걸어가는 모습에서 冬(동)이 나왔다. / 그림=소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br>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이제 입동立冬이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산과 들에 푸르렀던 풀과 나무는 잎이 말라 땅에 떨어질 것이다. 나무 처지에서 보면 몸집을 작게 하여 양분섭취를 적게 하려는 것이니 오묘한 자연의 섭리다. 즉 살기 위하여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겨울잠(동면 冬眠)을 자는 동물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겨울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울은 죽음'으로 말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현명한 우리 선조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채비를 잘 하였다. 대표적으로 '김장'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로 등재된 것을 보면 가히 민중의 애환과 사연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수백 포기나 되는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가낸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저 초라하기만 하다.
 
동면동면(同眠冬眠) 고양이와 쥐가 함께 겨울잠에 들다. 同眠(동면)은 猫鼠同眠(묘서동면)의 줄임말이다. 고양이(猫)와 쥐(鼠)가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어 함께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비유한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들이 범죄권력과 결탁하는 세태를 풍자한 신조성어다.
 
同 동 [한가지 / 무리 / 합치다]
①冂(멀 경) 一(한 일) 口(사람 구)가 모인 글자다. 멀리(冂) 떨어진 사람일지라도 하나(一)되어 한 목소리(口)를 내는데 ②그들은 무릇(凡범.변형) 동일한 말(口)을 하는 무리(同)인 것이다.
 
冬 동 [겨울 / 겨울나기 / 동면]
①夂(뒤져올 치)와 夊(천천히 걸을 쇠)는 사람의 발이나 걸음걸이를 나타낸다. 손으로 몽둥이를 들고 때리는 攵(攴.칠 복)과도 비슷하니 주의하자. ②4계절 중에서 가장 뒤져오면서(夂치) 얼음(冫빙)이 어는 계절이 겨울(冬)이다. ③冬은 고기꾸러미를 양쪽에 매듭진 모습으로 보아 줄이 풀리지 않게 마무리하다는 뜻으로도 쓰였는데, 여기에 실(糸사)을 추가하여 終(마칠 종)이 되었다.

眠 면 [잠자다 / 쉬다 / 죽은 시늉]
①民(백성 민)은 성씨(氏)들이 한곳에(一) 모여 백성을 이루는 글자로서, 끝이 송곳처럼 뾰족한 무기로 포로의 한쪽 눈을 찔러서 멀게 하여 저항할 수 없도록 한 모습이다. ②잠잘(眠면) 때는 눈(目목)을 감는데 마치 눈이 먼(民)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③眼(눈 안)과 혼동하지 말자.
 
대통령을 포함한 판사와 검사 그리고 국회의원 등 최상층 권력기관을 기소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전관예우방지법을 실시함으로써 부정한 사법관행을 타파하고, 그들이 대형로펌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여 부정과 비리를 눈감아 주는 한통속이 될 수 없도록 기강을 세워야 한다.

모든 것은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의 몫이 되었다. 그대들이 그토록 외쳤던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정치개혁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에 달려 있다. 여야가 서로 엉켜 동면同眠을 하는지 온 민중은 두 눈을 치켜뜨고 보고 있을 테니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