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교수

 

"우리 댕댕이 커여워(우리 멍멍이 귀여워)", "느금 ㄸ뚜ㅁ뜨뜨(너의 엄마 비빔밥)", "'ㅇㅈㅈㅇ(위장전입)' 의혹 제기돼", "머머리(대머리), 롬곡(눈물), 머전팡역시(대전광역시), 넬(내일), 알써(알았어)" 등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한글 표기가 범람하고 있다. 21세기는 언어 경쟁 시대이다. 지구상에는 약 1만여개의 언어가 존재했었다.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지구상에 사용되고 있는 현재 언어는 141개 어족에 6700여개이며, 이들 언어 가운데 언어 전수 기능이 가능한 언어는 6개 어족의 300개 미만으로 세계인의 96%가 사용하고 있다.

100년 후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앞으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일부 언어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소멸될 것으로 본다. 세계 언어는 1, 2주에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을 정도로 언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어도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문화생활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언어는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대중의 약속에 의해 이루어진 객관적인 현상이며,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 온 문화적 유산이다. 언어는 다른 양식의 문화를 창조하고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국민은 정확한 언어와 고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국어 발전과 문화 창달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더욱이 21세기 들어 K-Pop 등 한류 열풍과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세종학당(2019년 60개국에 180개소 개설) 등 한국어 전문기관 설립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우리말의 학습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오히려 공공언어에서 외국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송언어에서 저품격 언어가 난무하고 있고, 청소년언어에서는 욕설이 일상화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어법 파괴 현상이 점점 심각해져 가는 상황이다. 그간 언어문화 개선운동은 정부나 전문위원 등이 주도해 왔으나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서구의 '독일어연합회'나 영국의 '쉬운 영어쓰기 운동본부(PEC, Plain English Campaign Center)'에서 시작된 바르고 쉬운 언어쓰기 운동은 시민이 올바른 언어사용을 자각하고 시작한 운동이다. 시민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언어문화를 선도함으로써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자각을 일깨울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우리말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고 아울러 곱게 사용하려는 의식 전환 운동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착한 가게'를 '차칸 가게', '안아파 동물병원'을 '아나파 동물병원', '좋은 상점'을 '조은 상점' 등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간판이나 광고 언어가 파괴되고 있다. 더욱이 카톡, 밴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의 욕설이나 비속어, 그리고 맞춤법 파괴 현상과 알 수 없는 야민정음(인터넷 게시판 따위에서 특정 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쓰는 것. 또는 그런 방식) 사용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언어 파괴는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올바른 언어문화 개선운동에 국민 참여를 위해 그리고 소통의 원활함을 위해 시민 중심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 중심의 언어문화 개선운동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어문운동 단체는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유관 기관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시민과의 소통 창구 개통 등으로 시민들이 올바른 언어 사용을 점검하여 구체적인 항의 활동 및 보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21세기 언어 사회는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언어경쟁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다양한 생태학적 언어 환경에서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 언어는 지구상에서 곧 소멸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덕유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인하대 국어문화원장이며, 인천시 문화재간판위원회 위원이다. 인하대 사범대학장, 한국국어교육학회장, 문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국립국어원 국어규범정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