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무서리를 머금고 만개한 억새꽃이 바람결에 나부끼고, 들판 곳곳에 눈부신 은빛 햇살이 드리운다. 한여름 내내 도시의 아스팔트 큰 길에서 혼탁한 주장과 반목의 아우성은 정적을 감추고, 보름달의 호젓한 분위기로 숙연해진다. 가을이면 본연의 깊은 성찰을 끌어낸다.

가을, 천고마비는 옛말이다. 천고사비(天高思肥)가 아닌가. 거침없이 지내온 지친 마음을 한가로이 되돌아보는 계절이다. 이 계절을 뭇 사람들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 속에 진리와 지혜가 있으니, 사색의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 좋겠다. 독서 속에서 다양한 사상을 만나고 밝은 미래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독서는 곧 국력이다. 독서는 한 민족, 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백년대계의 원천이다. 선진 경제를 일구고 군사대국이라는 대다수의 국가는 독서 강국이다. 최근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 제재,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등 일련의 비이성적 조치에 대하여 우리는 이성을 가지고 깊이 성찰해 봐야 하겠다. 왜 일본이란 국가가 대한민국에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책임전가를 반복하는지를 깊이 되씹어 비장한 마음으로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한다. 무작정의 대응으로는 결코 일본을 극복할 수가 없다.

일본은 노벨상을 23개(재외 일본인을 포함할 경우 28개)를 수상한 나라이며, 금년에도 수상했다. 또한 화학, 물리 등의 분야에서 가히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이다. 원천기술은 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이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바로 독서에 있다고 확신한다.

노벨상의 수상 확률과 독서는 정비례한다. 유명한 유태인 피터 도허티는 "독서가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이라 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스라엘, 일본 등 노벨상 수상 국가들의 독서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들 국가는 모두 선진국이다. 월평균 독서량은 6.6권 이상이다. 2015년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연구에 따라 주요 노벨상 수상국가의 일상 속에서 책을 얼마나 읽는지 독서의 빈도 평균을 비교해 보면, 주요 국가는 20.2%이나 한국은 8.4%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다.

책 속에는 무한한 호기심과 창의성 그리고 창조적 파괴가 있다. 흔히 우리나라는 응용기술이 뛰어난 데 비해 원천기술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마뜩찮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스티븐 잡스는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했다. 또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도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독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술개발의 샘물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은 분명 선진국인데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다소 조소 섞인 언급을 했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국가이다.

우리는 독서 저변 확대를 통해 필연코 일본을 앞서 선진 강국으로 우뚝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일본을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독서를 통해, 때를 기다리며 역량을 기르는 '도광양회'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