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스트리아의 한 예술 전시회를 후원했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풍자한 작품이 전시되자 후원을 취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과 오스트리아 국교 150주년 기념 사업으로 지난 9월말 개막한 한 예술 전시회에 후원의 일종인 '공인(公認·공식 인정)'으로 참여했다가 지난달 30일 전시회 주최 측에 '공인'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전시회의 제목은 '재팬 언리미티드(Japan Unlimited)'. 전시회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중심부 '뮤지엄 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인을 취소한 것은 전시회가 일본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에는 아베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에 사죄하는 모습을 담아 과거사의 잘못을 부정하는 아베 정권을 풍자하는 동영상이 전시됐다.

방사선 방호복에 일장기 형태로 떠다니던 피가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비판한 오브제와 태평양 전쟁 당시 일왕인 히로히토(裕仁)를 풍자하는 작품도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일본 정부의 공인 취소로 전시회는 일본 정부의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전시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회 측에 따르면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참가한 작가가 '재팬 언리미티드'에 작품을 출품한 것이 일본에서 알려지며 일본의 국회의원이 외무성에 조사를 요청했고, 일본 정부가 전시 내용을 문제 삼아 결국 공인을 취소했다.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던 '표현의 부자유전'은 트리엔날레 주최측인 아이치현이 우익들의 협박과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고 전시를 취소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주 오스트리아 일본 대사관은 통신에 실제로 전시회를 본 결과 상호이해와 우호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공인 취소 이유를 들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의 공인 취소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소녀상 전시 취소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불관용' 문제가 해외에 파급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