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위주 탈피' 꿈 꾼 인천 교사들
자발적으로 만든 연구모임 '전학공'
전체교사 70% 참여 수업공개·성찰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 도와 문제해결 '함께배움'방식
도입 후 주체적·심층적 공부 이끌어

 

▲ 지난달 31일 인천 연학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함께 배움의 수업 과제와 목표.

 

▲ TOCfE(교육을 위한 제약이론) 관련 책자들.


'교사의 '함께 배움'은 수업을 춤추게 한다.' 인천 학교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칠판과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조직해 연극

 

과 예술, TOCfE(Theory of Constraints for Education, 교육을 위한 제약이론) 등을 접목한 교육 과정과 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연구해온 4년여간의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교사들이 내놓은 효과적인 수업 방식을 통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두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힘들고 어려울 땐 주변 친구들을 도우며 올바른 인성을 가진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수업으로 발전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이 나눔의 즐거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사들의 뜨거운 참여율, 전문적학습공동체

인천시교육청은 2016년부터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를 운영, 지원하고 있다. 같은 학교 내 교사들이 모이는 교내형, 학교와 관계없이 공통된 주제 등을 연구하는 교간형으로 각각 나뉜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전학공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뜨겁다. 전체 교사들 중 약 70%가 전학공에 참여하고, 모둠 수만도 1876개에 이른다.

이들은 수업 외 시간에 자발적으로 모여 교육 과정과 수업에 대한 연구 활동 등을 한다. 연구 활동이 녹아있는 수업 공개를 통해 타 교사들에게 수업 나눔 활동을 하고, 이를 관찰한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성찰해보는 '2019 전문적학습 공동체 연합콘퍼런스, 나눔 활동'이 지난달부터 다음 달까지 인천지역 각 학교에서 열린다.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학생들

"저요, 저요."
지난달 31일 인천 연학초등학교 2학년 1반의 한 수업 시간. 아이들 목소리가 교실을 가득 메웠다. 20여명의 학생들은 '칭찬쪽지 쓰기의 어려움 찾기'라는 공통 주제에 대해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전학공인 'TOCfE와 함께하는 소소하지만·확실하게·행복한 수업만들기'의 공개 수업 시간으로 이 공동체는 생각 프로세스를 통해 갈등이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수업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날 4~5명씩 모둠을 만든 아이들은 먼저 칭찬쪽지 쓰기의 어려움과 해결책,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단계별로 이야기를 나눈다.

교사들은 그룹별로 토론을 마친 아이들에게 발표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손을 든 한 아이는 "(칭찬) 방법을 모르겠어요"라고 답했고, 또 다른 아이는 "(칭찬할) 용기, 자신감이 없어요"라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들은 "친구의 특징이나 고마운 점을 칭찬해요"라고, 또 다른 학생은 "자신감이 생길 수 있도록 마음 속으로 힘내라고 외쳐요"라고 하자 이를 듣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아이들이 해결한 건 칭찬쪽지 쓰기의 어려움이지만 이를 수학이나 국어 등 다른 교과로 확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같은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같은 달 30일 효성남초등학교 5학년 5반 교실에서도 재미있는 수업이 열렸다. '함께배움 더 파이오니아'이라는 이름의 전학공이 그간 연구하고 설계해온 수업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학생들은 분수의 곱셈 문제를 해결하고, 그 뒤 같은 원리를 적용한 또 다른 문제를 푼다.

여기서 다른 수업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한 친구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 3명에게 원리와 계산 과정을 설명해주고, 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이들은 문제를 푼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서로 돕는다는 점이다.
김경희 인천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교원 전문성이 신장되면서 교육 과정 중심의 학교 문화가 조성된다"며 "인지적 능력 등 학생 미래핵심역량 신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미란 '함께배움 더 파이오니아' 회장 "함께배움 수업 장점은 실력·인성 동시 향상"

▲ 남미란 '함께배움 더 파이오니아' 회장


"아이들이 함께 서로 도와주면서 과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남미란(사진) 인천 부곡초 교사이자 전학공 '함께배움 더 파이오니아' 회장은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 4년째 400명의 교사들과 수업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함께 배움은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수업으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필요할 때 친구들을 돕는 것이다. 함께배움이 익숙해지면 주체적 배움과 심층적 배움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남 회장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문제를 어려워할 때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 못해요. 그러나 함께배움이라는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모르는 게 창피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인성과 실력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습니다. " 함께배움의 가장 큰 장점은 수학뿐 아니라 국어, 체육 등 다양한 교과목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모르는 문제를 설명하면서 아이들은 확실하게 그 수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이 과정에서 모든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학습부진아 수도 줄어드는 현상이 생깁니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