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들이 각종 질병과 행정업무 부담에 시달린다. 교권 침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유치원 교사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대개 인성을 확립하는 유치원생의 특성상,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중요성은 아주 크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교육 당국은 '그러려니' 하고 방관하지 말고, 시급히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전교조 인천지부가 9월30일부터 10월12일까지 인천 공립유치원 교사 536명 중 162명(30.22%)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는 심각하다. 이에 따르면 141명(87%)이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질병을 얻었다고 답했다.

113명(69.8%)은 유아 위주 환경이 성인에게 맞지 않아 발병했다고 말했다.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근무 환경을 지적한 교사도 98명(60.5%)에 달했다. 초과 근무 이유론 행사 준비 탓이라고 답한 교사가107명(66%)으로 제일 많았다. 수업 준비(37명·22.8%)와 관행적 근무 행태(27명·16.7%)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교사들은 지원금이나 공문 처리 등 수업 외 행정 업무 부담에도 시달렸다. 과중한 행정 업무에 대해 129명(79.6%)이 '유아 학비 무상급식 등 지원금 처리'를 꼽았다. 결국 잡다한 업무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떻게 아이들을 바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관리자에 의한 교권 훼손도 문제다. 교사 중 절반이 넘는 95명(58.6%)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부당한 대우로 인해 교사들의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유치원 교사들이 갖가지 어려움을 겪는 곳이 어디 인천뿐만이겠는가. 인천에서 조사를 해서 그렇지 전국을 놓고 볼 때 대동소이할 터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수용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국공립·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각종 규정을 새로 만들라고 권고하고 싶다. 교사들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야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을 올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겼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