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시지부 회장

대한민국은 결핵관리에 있어 갈 길이 멀다. 결핵발병률이 인구 10만명당 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17년 2만7000여명의 결핵환자가 새로 발병하고 1816명이 결핵으로 숨졌다. 전문가들은 활동성 결핵환자의 수뿐만 아니라 전체 유병률에 영향을 주는 잠복결핵(LTBI)을 효율적으로 진단,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결핵협회 인천시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과태료 부과 등 강화된 결핵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교직원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기 위해 휴원 중인 복십자의원 건물 2층에서 교직원 중 잠복결핵 감염자를 진단하고 예방치료를 유도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현재 결핵과(結核科) 전문의가 전국 어느 의과대학에서도 배출되지 않는 실정이기에 인천 역시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조차 결핵전문의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결핵협회는 그동안 쌓아온 결핵 노하우와 산하 결핵연구원에서 모든 병의원과 보건소로부터 의뢰받는 결핵균 확진 판독검사를 하고 있으며 국내 잠복결핵을 진단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국내 인구의 1/3~1/4이 잠복결핵 양성자로 추정되지만 이 중 90%는 결핵환자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결핵은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결핵환자로부터 직접 감염되거나 체내에 숨어 있던 결핵균(잠복결핵)이 면역이 약해진 경우다. 특히 과거 결핵균에 감염됐다가 나이가 들어 면역 체계가 약화돼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결핵환자만을 치료하는 근시안적 결핵 관리 접근 방식으로는 결핵의 발병과 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

결핵환자 대다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다. 지금도 가끔 과거 복십자의원이 있던 결핵협회 인천시지부를 찾아와 그들만이 갖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인천에서도 안심하고 편안하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다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인천시의 경우 2018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결핵의 심각성에 관해 관련 공무원과 많은 시의원들이 공감했지만 예산의 쓰임에 있어 중요성이나 결핵에 대한 보건예산의 투자 방향을 올바로 보지 못한 일부 민간 예산 심의 관련자들의 판단으로 인해 좌절된 바 있다.

의료행정 분야는 정책적 책임과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결핵환자가 일정 기준 이상 몰리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치료 성공률을 향상시키고 지역 결핵관리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현재 대형병원 10여 곳에 민간위탁을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많은 예산 반영과 적극적인 결핵관리 정책의 효과 덕에 결핵환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대형 종합병원이나 보건소의 공급자 중심 결핵관리가 아니라 결핵환자를 찾아 치료할 수 있는 결핵환자 중심의 결핵전문기관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보건소와 대형 종합병원에서의 전염성 있는 법정감염병 환자의 치료는 일반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병원 운영에 있어 결핵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선 보건소가 관리하는 결핵환자 수도 예전에 비해 큰 폭 감소한 현실이다. 보건소 등은 감염병 예방활동과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결핵의 진단과 치료는 지역 내 결핵전문기관을 이용토록 하는 동시에 다제내성, 광범위 약제내성, 비결핵항산균(NTM) 등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은 대형 종합병원과 협업이 이뤄지도록 특성화·분업화된 체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본다.

북한과 교류협력을 기대하고 지리적으로도 맞대고 있는 경기도나 강원도는 향후 있을 수 있는 결핵관리 상황에 대비해 효과적인 결핵 대처를 위한 관련 조례 제정 등 적극적 지원으로 복십자의원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09년 의료법 개정 이후 전문병원 종별을 추가해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 결핵전문병원이 설치됐다. 그러나 인구 300만 인천이 타 시·도에 비해 결핵 예방·치료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장시간 기다리게 되는 종합병원에서 결핵환자를 관리하는 상황을 바라보는 민간 예산심의 관련자들의 안이한 접근도 안타깝다. 책임 있는 사회지도층이 지역공동체에 대한 봉사, 배려, 희생 등 멀리 보는 안목으로 전체를 내다보는 품격 높은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