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 대비 배출량 많거나 적고
분류 잘못해 세금 낭비
3년간 0건으로 신고한 곳도

인천지역 보건소들이 자체 배출하는 의료폐기물을 제멋대로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폐의약품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해 세금을 낭비하는가 하면, 3년간 소변검사용 컵 등 병리계 의료폐기물이 단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신고하는 등 의료폐기물을 부실하게 처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4일 인천 보건소들에 확인한 결과, 각 보건소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지역 내 의료 수요와 관계없이 보건소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주민 50만명이 넘는 서구보건소에선 솜과 거즈 등 일반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2016년 886㎏, 2017년 554㎏, 2018년 339㎏ 등 매년 1000㎏ 미만을 기록한 반면, 주민 수 30만명대 연수구보건소의 일반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1768㎏, 2017년 1679㎏, 2018년 1946㎏ 등 어느덧 연간 배출량이 2000㎏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 수치만 놓고 보면 연수구보건소 배출량이 서구보건소보다 5.7배 많았다. 여기에 섬 지역을 책임지는 옹진군보건소는 주민 수가 2만명에 불과한데도 일반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4472㎏, 2017년 3826㎏, 2018년 1490㎏으로 웬만한 도심보다 배출량이 많은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취재 과정에서 실제 의료폐기물을 부실하게 처리한 보건소도 포착됐다.
남동구보건소는 수년간 약국이나 가정집에서 수거한 폐의약품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했다가 뒤늦게 지난해 4월부터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처리 중이다. 2016년 4891㎏, 2017년 3256㎏이던 일반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2018년 904㎏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폐기물은 감염성 위험 때문에 법적으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 전문업체를 통해 반출한 뒤 전량 소각해야 한다. 의료폐기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전문업체에 맡겨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이나 검사에 쓰이는 병리계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3년간 '0건'으로 처리한 보건소도 있었다.
강화군보건소는 2015~2017년 병리계 의료폐기물을 한 건도 배출하지 않았다고 올바로 시스템(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에 신고했다. 지난해 배출량만 259㎏으로 올렸다.

소변과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가 이뤄지는 보건소에서 오랜 기간 병리계 의료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군보건소 관계자는 "의료폐기물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서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종선 한국의료폐기물전용용기협회 사무총장은 "일부 보건소에서 의료폐기물을 부실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결국 세금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여서 정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