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수원의 종묘회사 '부국원(富國園)'에서 근무한 할아버지의 유물을 손자가 수원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4일 수원시에 따르면 영통구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달 23일 괘종시계, 화재해상보험증서, 거래 검수서, 일제강점기 우표 등 부국원 관련 유물 141점을 시에 기증했다.

이 유물들은 수원 신풍초등학교와 화성학원(수원고등학교 전신)을 졸업하고 1926년 부국원에 입사한 이씨의 할아버지가 20여년간 근무하면서 처리한 서류와 생활용품 등이다.

1996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손자 이씨가 소중히 보관해오다 최근 부국원 건물이 근대역사문화전시관으로 바뀐 사실을 우연히 알고 나서 유물을 시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이씨는 수원시에 유물을 정식으로 기증했고, 시는 이씨에게 기증증서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이씨는 기증하는 자리에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부국원 건물을 가리키며 내가 오랫동안 일했던 회사라고 말씀하셨다"며 "소중한 할아버지의 유품이 다시 빛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는 이씨가 기증한 유물이 당시 농업 구조, 부국원 경영 사정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연구·전시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부국원 건물에 걸려있던 일본 야마토(大和)사의 태엽 장치 괘종시계는 보관 상태가 무척 양호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는 이씨가 기증한 유물을 보존처리·자료해체 작업을 거쳐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130번지에 있는 부국원 건물은 일제강점기(1923년) 건립된 종묘·농기구 회사인 ㈜부국원의 본사다.

한국전쟁 이후 수원법원·검찰 임시청사, 수원교육청, 공화당 경기도당 당사 등으로 활용되다가 1981년 이후 '박내과의원'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개인소유였던 건물이 개발로 2015년 철거 위기에 놓이자 수원시가 매입해 3년간 복원작업을 거쳐 2018년 11월29일 근대역사문화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수원 부국원 건물은 2015년 '시민이 뽑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12선'에 선정됐고, 2017년 10월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제698호)로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