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동서남북]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비전 동서남북]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 인천일보
  • 승인 2019.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사·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남북협력과 평화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여건이 조성되는대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합의하였을 때 필자는 현지에서 선언문 이상의 화해 분위기를 목도했다. 그후 남북 간의 협의가 진전되어 남북합의에 따라 10월30일과 11월 1~2일 3일간 개성공단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정부로부터 안내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방북 이틀 전에 통일부로부터 2주정도 연기해야 한다는 애매한 통보를 받았다. 그 시기에 한미 간에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 스티브 비건이 오던 때였다. 결론적으로 볼 때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는 것을 우려해 미국으로부터의 간섭이 해를 넘기게 된 이유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였고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인 의향을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우리 입주기업의 애절한 거듭된 방북 신청에 대북제재를 이유로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한다는 입장 아래 미국의 노골적인 거부 입장만 확인했을 뿐 남북 간에는 아무런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당시 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의 핵 협상과는 별개로 남북 간에 평양선언의 정신과 개성연락사무소 채널을 활용한 남북 간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정부 측에 촉구하였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정부는 자체적인 협의가 실종된 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만 주목했고 급기야 결과는 결렬로 마감됐다. 그 이후 인적 쇄신 등으로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관계 개선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북측으로부터의 비난과 미국으로부터의 냉소를 받으면서 잃어버린 우리 기업의 영토를 방문할 수 있었던 정부의 발표 이후 벌써 1년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23일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물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현지에서 확인하고 철거를 지시하고 자체적으로 새로운 관광지구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어언 11년, 그동안 방치되어 낡은 시설물을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나 철거와 자체 관광지구를 추진한다는 발표에 우리는 당혹스러움을 금할 길 없다.

북측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남측과 협의하여 철거 입장을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 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대표 실무협상을 제안했고 북측은 바로 문서교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 와중에 박왕자 사건 공식사과와 신변 안전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창조적인 해결 모색이 아닌 기존 방식이기에 언어도단이다.

금강산관광은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며 개성공단도 벌크캐시, 석유정제류 반입과 섬유제품 반출만 피하면 얼마든지 제재의 틀을 벗어나 정상화할 수 있음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확인됐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연간 2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12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으나 어느 나라도 제재를 받았다는 보도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양 정상이 합의했음에도 미국을 의식한 채 아무런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결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미협상의 결과가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북미협상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70여년간의 지리한 굴레를 언제까지 남북관계를 북미대화에 종속시킬 것인가. 또 언제까지 개성공단과 금강산 기업인의 재산권 보호를 방치할 것인가.

우리 정부는 달라진 환경을 검토하면서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 입장을 밝혔는데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대북제재의 덫에 정부 정책을 스스로 결박시킨 채 남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음을 통렬하게 인정하고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를 위한 남북협상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신속하게 기울여야 한다. 이제 우리 정부는 결단해야 한다.

신한용 경제학박사는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객원교원·중국 연태대 경영학원 객좌교수이며, 북한정책포럼 위원·통일부 통일교육위원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2017. 4~2019. 3) 등을 역임했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