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처음 찾았던 것은 70년대 초반 파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만 해도 프랑코의 독재체재하에 경제적으로도 유럽의 뒷전에 머물고 있던 스페인에 대한 인상은 밝지만은 않았다. 투우와 플라멩고가 연상되는 나라였고 헤밍웨이의 출세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서 알게 된 동북부 도시들이 스페인에 대한 인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찾으면 찾을수록 매력 있는 나라였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팜플로나와 산 세바스치안 말고도 바스크 지방의 산골마을은 물론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도 보고 즐길 것이 많았다. 선친의 회갑기념으로 유럽여행을 모시면서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야와 톨레도를 찾았을 때의 추억과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1992년 올림픽 때에 바르셀로나에서 20여 일간 지냈던 기억도 새롭다.

▶스페인의 매력은 크고 작은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친절하고 속 깊은 국민성과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와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 년 열두 달 태양을 볼 수 있는 날씨일 것이다. 근년에는 여행클럽 동호인들과 몇 차례 찾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의 순례길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대학도시 살라망카가 스페인의 또 다른 매력으로 추가되었다.

▶스페인은 프랑스에 이어서 연간 82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대국이다. 통계자료는 없지만 관광객들이 스페인에 머무는 날의 합산은 프랑스를 앞지를 것으로 추산된다.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로 불리우는 남쪽 해변에는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날씨 좋고 먹거리가 다양하며 친절한 스페인을 몇 차례 다녀간 스칸디나비아와 독일 사람들은 국민소득은 그들이 높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더 잘 산다고 인정한다.

▶이사벨 올리베르 스페인 관광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매년 50여만 명의 한국인이 스페인을 찾는 이유를 분석하고 한국 관광객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방한 목적이 신선하다. 몇 십 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그리고 관광산업 종사자가 상생하는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한국은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평가했다. 매력적인 곳도 환경이 오염되고 지역사회가 죽으면 찾는 사람이 없는 '죽은 도시'가 된다고 올리베르 장관은 지적하고 있다.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의 0.6%에 불과한 한국인을 위한 관광정책을 개발하겠다는 장관이 돋보였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