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반전 꿈꾸는 두여자가 온다

 `희망"". 이 말만큼 인간에게 살맛을 주는 단어도 드물다. 거리의 부랑아로 떠돈다 해도, 병마와 혈투를 벌인다 해도 가슴깊이 `희망""을 품고 있다면 인간은 웃을 수 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그래서 바람직하다. 가만있자…, 도둑은 `한탕""을 바랄텐데 그도 바람직할까. 물론 아니다. `야망""과 `희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류승완 제작·좋은영화)는 인천의 한 투견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어둠의 자식들의 야망""을 그린 `펄프누아르""다.
 택시운전으로 연명하는 왕년의 금고털이 경선(이혜영). 맘잡고 살려하지만 세상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술에 취해 성관계를 요구하다 거부하자 요금 대신 욕설을 퍼붓는 승객과 싸움으로 녹초가 된 그를 기다리는 건 바퀴벌레와 쥐가 득시글거리고,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 재개발 대상 아파트다. 칠성파는 그곳에까지 찾아와 거머리처럼 빚독촉을 해대고…. 그래도 죽지 못하는 것은 딸을 만날 희망 때문이다.
 라운드걸 출신인 일명 `선글라스"" 수진(전도연)은 가수지망생. 웃음과 눈물이 많은 수진은 전직 복서출신 독불(정재영)의 사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독불은 진정으로 수진을 사랑하지만 감정표현이 서툴러 뻑하면 주먹을 휘두른다. 폭력과 구속은 독불이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경선과 수진. 그들은 인생의 대반전을 꿈꾼다. 투견장 판돈을 훔쳐 달아나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또다른 음모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랑과 배신, 음모가 뒤엉키며 돈가방쟁탈전이 벌어지는데….
 영화의 압권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다. 빚독촉하러 찾아온 칠성파와의 2대 1 싸움, 마지막에 돈가방을 차지하려고 독불과 죽음의 한판을 붙는 악바리 경선에게서는 이혜영의 `배우적 성깔""이 엿보인다. 사채업자 KGB(신구)의 부하로 독불과 투견장에서 결투하는 침묵맨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직접 연기, 화려한 격투기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시원한 눈맛을 주는 액션이더라도 그 속에 굳어가는 피같은 삶의 끈적함이 없었다면 `피도…""의 액션신은 단순한 폭력본능을 자극하는데 그쳤을 것이다.
 `피도…""의 공중 카스턴트 장면은 인천항에서, 수진과 경선이 차사고로 만나는 신은 인천 중구청 뒷골목에서 각각 촬영됐으며 경선이 모는 택시도 인천택시다. 제작진은 영화의 60%를 인천에서 촬영, 인천시민들은 곳곳에서 반가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액션은 강하지만 스토리적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과자는 갈 곳이 없고, 사행심과 사채업자가 판치는 게 우리사회 현실이란 사실을 류 감독은 끄집어냈다.
 서두에 `서푼짜리 인생들의 바람""을 야망이라 표현했다. 잔인한 현실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경선과 수진, 독불의 꿈은 야망일까 희망일까. 3월1일 개봉.〈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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