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그대로 … 유리창에 진리 새기는 거죠"
내달 4일까지 유리화·드로잉·페인팅 전시
▲ 조광호 신부가 인터뷰에 응하며 환히 웃고 있다.

▲ 조광호 作 'Homo contemplans'

▲ 조광호 作 '如如의 창(窓)'

"유리창이 뭔가를 왜곡하지 않고 안과 밖을 사실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도 존재의 실상 그대로였으면 합니다. 내가 유리에 작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인 조광호 신부는 타이틀이 두 개다. 사제이자 화가다. 그는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예술의 길에 접어들었다. 독일 뉘른베르크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벽화, 판화, 일반 페인팅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한 그이지만 국내에서는 유리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전량 독일에서 수입한 특수 유리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굽죠. 뜨거운 열을 견뎠다가 다시 차갑게 식혀 고운 빛을 내기까지 참으로 인내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가톨릭 사제인 만큼 그의 작품은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유리가 투영하는 빛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기도 했다.

"예술 그 자체가 종교성이 있지요. 미술 안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표지요."

조 신부의 작품은 지금까지 부산 남천성당과 숙명여대박물관 로비, 대구 범어동 100주년 기념성당, 옛 서울역사 로비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서소문성지 기념탑과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구간 등의 장소에 다양하게 활용됐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대 학장을 지내기도 한 그가 개인전을 연다. 11월4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총 3부로 이뤄진다.

"제1부는 '여여(如如)의 창'이라는 제목의 유리화 전시이고 제2부는 '관조하는 인간'(Homo Contemplans) 드로잉, 제3부는 성모자(聖母子)에 관한 페인팅입니다. 특히 3부는 교회미술사에 나타나는 성모자 양식을 제 나름대로 패러디해 그린 작품들이에요."

인천이 타 지역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의 전시회를 서울에서 갖는다는 그는 앞으로 활동에 대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종교인으로서 진리를 추구한다는 목표만 갖고 있습니다. 한 번도 열리거나 닫힌 적 없이 고적한 유리창 앞 바람처럼 황홀한 외로움으로 서성이다가 가기를 원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