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 끊지 못하겠다면 이용하라
▲ 애덤 알터 지음홍지수 옮김부키420쪽, 2만2000원

2000년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중독 현상이 출현해 우리의 일상생활과 일, 인간관계와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평균 3시간 휴대폰을 사용하고 곁에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직장인은 근무 시간 중 4분의 1을 이메일 정리에 쓰고 1시간에 서른여섯 번 메일을 확인한다. 많은 이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먹지도 자지도 않거나 애써 번 생활비를 날린다. 아이들은 소셜 미디어의 가상 현실에 빠져 실제 세계의 사회적 교류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한 채 뇌가 시들어 가고 있다.

지은이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낳은 이 모든 강렬하고 매혹적이지만 치명적인 체험에 대한 강박적 사로잡힘을 '행위 중독'이라고 부르면서, 흥미진진한 동시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크놀로지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이 편리와 유익을 가져다주느냐 아니면 중독과 약탈, 해악을 유발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테크놀로지 산업은 중독 유발 쪽으로 현저히 기울어 있다. 그리고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라는 인간 욕구의 정곡을 찌르는 여섯 요인이 그 중독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 책은 행위 중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추적하고, 오늘날 우리가 어떤 대상과 체험, 행위에 중독되어 있는지, 왜 중독되는지, 어째서 테크놀로지 제품과 기기 사용을 거부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지 파헤친다. 나아가 행위 중독이 만연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퇴치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 바람직한 소통 방식, 진정한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 길을 알려 준다.

지은이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나쁜 습관을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거나 주의를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주변 환경을 재구성해 최대한 유혹에 빠질 요소를 제거하는 '행위 설계'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여기에는 이메일이 자동으로 삭제되거나 사무실이 사라지게 하는 방법, 페이스북 수치제거기 등 기발하고 획기적인 해법이 포함된다.

중독의 힘을 바람직한 행위를 하도록 역이용하는 해결책도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비디오 게임에 낚이는 인간의 본성을 활용해 식생활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고, 더 알뜰하게 저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