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
말 7마리 눈 찌른 소년 이야기
제도 벗어나 자유 꿈꾸는 이들
'비정상' 분류되는 현실 되물어
▲ 연극 '에쿠우스' 한 장면. /사진제공=인천서구문화재단

칠흑 같은 어둠 속 벌거벗은 한 소년이 말을 어루만진다. 그의 손이 말의 늑골과 허리를 지나다가 이윽고 얼굴을 맞대 터질 듯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한다.

23일 인천 서구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에쿠우스의 첫 장면은 이렇게 강렬했다. 17살 소년 알런은 7마리 말의 눈을 찔러 재판을 받게 된다. 동시에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진료를 받는다.

"말? 말이라고?" 다이사트는 처음부터 알런에게 어떤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말'을 매개로 신과 인간, 섹스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연극 에쿠우스는 극작가 피터 쉐퍼에 의해 1973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수많은 화제와 해석을 낳았다.

알런에게 말은 종교와 규범으로부터 자신을 얽매었던 부모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알런과 말은 성적인 매료의 관계를 띄기도 한다. 그러나 극의 2막에서 말은 또 다른 억압의 주체로 변모한다. 마구간에서 알런이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려 할 때 말의 눈을 의식해 실패하기 때문이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해"라고 절규하는 알런은 급기야 말의 눈을 찌르고 또 찌른다. 다이사트의 치료 과정에 의해 서서히 드러나는 이 서사가 연극의 플롯이다.

다이사트는 알런의 내막을 따라가는 도중 원초적 정열이 거세된 채 살아가던 자신이 알런의 열정을 제거해야만 하는 상황적 모순을 깨달으며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에쿠우스는 사회와 제도의 재단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현실에 대해 관객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너의 말은 무엇이며 그 말의 눈을 찔러 보았느냐고. 삶의 근본과 해방이라는 무겁디 무거운 주제를 연극은 극적인 무대배경과 소품, 음악을 통해서도 고찰하려 했다.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